백제 최전성기 왕족 화장유골 첫발굴…근초고왕 흔적찾기 희망?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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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초고왕 백제 13대 왕으로 4세기에 백제 전성기 이끌어
석촌동 고분군 중 3호분 근초고왕 왕릉 추정…근거는 없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백제 최전성기 시절 왕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면서 백제사 연구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히 백제 13대왕으로 한반도는 물론 중국까지 영토를 넓혔던 근초고왕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치영 석촌동 고분군 발굴조사단장(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사)은 23일 송파구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1호)적석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네모난 구조의 적석묘가 확장해가는 형식의 무덤”이라며 “적석묘 사이에 좁은 연결공간에 딸려있는 매장의례부 등이 있다. 북에서 남까지 50m 터 구간에 빈틈없이 고분이 이어져있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이어 “동쪽에 네모난 구역에 백제 기와와 토기 조각, 금귀걸이, 유리구슬, 화장 된 사람뼈 파편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백제 고분에서 화장된 사람뼈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단장은 “사람뼈가 확인된 백제고분은 2~3군데 있었지만 뼈 양이 적고 단편적이었다”며 “그런데 여기는 여러 군데에서 많은 뼈가 발견됐다. 백제왕실에서 장법으로 화장을 본격적으로 택했던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구역이 백제 왕실의 묘역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상당수 나왔다.

첫 증거는 기와 부장품이다. 정 단장은 “금귀걸이는 그동안 백제 귀족무덤에서도 나왔지만 기와 3000점 파편이 나온 것이 중요하다”며 “기와들은 한성기 백제에서는 토성에서만 나온다. 당시 기와는 왕궁, 사찰, 관청 등 국가시설만 쓸 수 있었으므로 최고의 권위를 가진 피장자의 장례에 썼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묘역 곳곳에서 발견된 중국제 청자 역시 백제 왕족이 묻혔음을 시사한다. 정 단장은 “당시 (한성)백제에서는 자기를 안 만들었다. 중국제 청자는 백제 왕실과 국가간 교류를 통해 수입됐다”며 “그러므로 최고의 권위를 가진 피장자가 아니면 중국제 청자를 함께 묻을 수 없다. 이곳은 백제 최고 권위 집단의 무덤, 왕실의 무덤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더 많은 왕실 고분이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연접식 적석묘가 계속 발굴되면서 묘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단장은 “현재 남북 100미터, 동서로는 고분공원 바깥까지 땅 밑으로 고분이 이어지고 있다”며 “(발굴 현장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1호분과 A호 적석총 주변에서 흙을 성토한 부분이 계속 발굴되고 있다. 1호분과 A호 적석총이 연접형 고분군의 일부고 앞으로 남쪽이나 동서로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석촌동 고분군에서 한성기 백제 당시 왕족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고분이 잇따라 발견되자 일각에서는 그간 드러나지 않은 근초고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근초고왕은 백제의 13대 왕으로 4세기 백제 전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근초고왕은 평양성을 공격해 고구려 고국원왕을 전사시켰다. 그의 재위기에 백제는 오늘날 경기·충청·전라도의 전부와 강원도·황해도의 일부를 아우르는 강국으로 성장했다. 근초고왕 시기 백제가 중국 요서지방을 점령해 백제군을 설치했다는 역사기록도 있다.

석촌동 고분군 최북단에 있는 가장 큰 고분인 3호분이 근초고왕의 왕릉으로 추정돼 왔지만 아직 확실한 근거가 없다.

정 단장은 “묘지석이 나온다든지 확증은 없지만 저뿐 아니라 학계는 (근초고왕의 왕릉이) 그곳에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며 “석촌동 적석총에 왕릉이 있었을 것이 자명하므로 근초고왕의 재위시기를 보면 그는 적석총에 매장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접형 적석묘의 대규모 발굴은 근초고왕 관련 연구에도 자극이 될 전망이다. 정 단장은 “그간 이런 식의 연접묘가 대규모로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이번 발굴은 석촌동 고분군의 모습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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