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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대지급 제도 검토해 볼 만[현장에서/김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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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대지급 제도 검토해 볼 만[현장에서/김재희]

김재희 사회부 기자 입력 2019-10-23 03:00수정 2019-10-2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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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사이트 관리자의 변호인단이 1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김재희 사회부 기자
‘김○○. 66년생. 경기 성남시 거주, 전 직장 ○○관광.’

지난해 8월 문을 연 온라인 사이트 ‘배드파더스’엔 김○○ 씨처럼 이혼 후 아이를 맡은 양육권자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사진과 함께 이름과 출생연도, 거주지, 직장 등이 올라와 있다. 양육권자들의 제보로 지금까지 102명의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이 공개됐다. 그러자 신상이 공개된 이들 중 5명이 사이트 관리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가 재판을 통해 가려지게 됐다.

검찰은 사이트 관리자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수사 기록만 보고 판결할 것이 아니라 검찰과 피고인 측의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첫 재판은 다음 달 15일 열린다.


재판의 쟁점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비방의 목적’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된다. 비방 목적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신상 공개라고 판단되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것이다. 손지원 변호사는 “신상 공개는 개별적인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고 부조리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리는 집단 운동의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공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된 뒤 양육비를 지급한 부모는 108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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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신상 공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김태연 변호사는 “법원 등의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이 신상 공개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불공정하게 신상이 공개되는 억울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4월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한부모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70%가 넘는다. 법원의 직접 지급명령이나 감치, 채권추심 등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토록 하는 제도들이 있지만 지급 의무자가 막무가내로 버틴다면 사실상 받아내기가 어렵다. 양육비 청구소송을 냈다가도 몇 년씩 걸리는 재판에 지쳐 중도에 포기하는 양육권자도 많다. 배드파더스 운영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이트를 닫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를 위해 무료 변론을 자처한 8명의 변호인단은 “아이들이 안전한 양육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할 책임은 부모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지급 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은 일찌감치 도입한 제도다.


김재희 사회부 기자 jetti@donga.com
#양육비#배드파더스#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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