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경심 건강’ 판단 유보… 이르면 21일 구속영장 청구 방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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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 이후]정점 치닫는 검찰 수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54) 일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르면 21일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정 교수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때 검찰이 불구속 기소 쪽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수사 원칙론’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정 교수를 7차례 조사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올 8월 27일 첫 압수수색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 부정입학과 사모펀드 등 혐의로 영장 청구


서울중앙지검 수사 지휘라인과 대검찰청은 최근 정 교수 신병 처리 방향과 관련해 논의를 거듭하다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영장 청구 시기는 주중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정연설 전에 영장을 청구하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그 뒤에 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구속영장에 자녀의 부정입학과 사모펀드 투자 등의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검찰 수사 이후 연구실과 자택의 컴퓨터를 교체, 반출하는 등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더해진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7차례나 검찰에 출석한 정 교수에 대한 영장 청구 시기가 늦은 것 아니냐”는 기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드러난 혐의와 증거인멸 의혹까지 감안하면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초 1, 2회 정도로 예상했던 정 교수 조사가 이렇게까지 지연될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다. 검찰은 정 교수 조사에 작지 않은 고충을 겪었다. 올 8월 27일 압수수색부터 추석 연휴 전까지 정 교수 조사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정 교수가 입원하는 등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 이달 3일 정 교수를 비공개 조사실에 앉히는 데 성공했지만 정 교수가 “몸이 아프다”며 조기 귀가했다. 총 7차례 출석에도 정 교수가 장시간 조서를 열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조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정 교수는 17일 오후 나와 조서 열람을 마무리했지만 검찰은 정 교수를 추가 조사하더라도 유의미한 진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

○ 정 교수 영장 발부 여부에 부담 더 커진 검찰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 검찰과 정부 여당의 냉각 기류가 더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전 장관 측은 정 교수의 뇌종양 뇌경색 진단 등 건강 상태를 부각시켰고, 여권은 “한 달 넘게 수사했는데 나온 게 없다”며 검찰을 압박해왔다.

이에 검찰은 정 교수 건강 문제에는 “아직 정식 진단서를 받지 못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과잉 수사 논란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 결과가 없는 게 아닌데, 수사 내용이 밖으로 나가는 걸 틀어막은 결과”라고 맞섰다.

정 교수의 영장 발부 여부를 둘러싼 폭발력은 더 커지게 됐다. 정 교수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조 전 장관 동생 조모 씨(52)의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의 명재권 부장판사가 맡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조 씨에 이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될 경우 검찰의 수사 동력이 크게 떨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이 힘을 얻고, 여권의 검찰 압박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의 검찰 출석도 정 교수 신병 확보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김동혁 hack@donga.com·장관석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동양대 교수#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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