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고문 “표정없던 로힝야 아이들, 심리치료 3개월 후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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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분쟁 지역 아동 보호 포럼 참석 차 한국 첫 방문
“쿠르드족 사태 가슴아프고 심각한 일” 우려 표명
“장기화 된 현대전, 한 세대 전체 교육 공백 유발해”

샤리프 셰프샤우니 세이브더칠드런 호주 교육 선임 고문.
샤리프 셰프샤우니 세이브더칠드런 호주 교육 선임 고문.
최근 터키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시리아 내 쿠르드족에 대해 묻자 노라 샤리프 셰프샤우니 세이브더칠드런 호주 교육 선임 고문(41)의 표정이 일순간 어두워졌다. 조심스레 두 손을 모은 그는 “8년 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는 이미 아동 노동 착취와 소녀 조혼의 문제가 심각한 곳”이라며 “현대전 대부분이 장기전으로 비화하는 가운데 쿠르드족 사태가 벌어진 것은 가슴 아프고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세이브더칠드런 분쟁지역 아동보호 포럼 ‘변화를 위한 도전 과제’ 참석차 한국을 찾은 셰프샤우니 고문은 지난 15년간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분쟁지역의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해 온 교육 전문가다. 아이티, 시리아 등 분쟁 지역을 누비며 아동 교육 중단의 방지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동을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에 힘써 왔다. 그는 포럼 전날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오히려 현대전에서 아동 피해가 월등히 많아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현대전은 대부분 과거에 비해 전쟁 기간이 길어진데다 정해진 전쟁터 없이 민간 지역에서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경우가 많아 집이나 학교에서조차도 아동들이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전에선 한 세대 전체에 교육 공백이 생기기 쉽고 이것이 국제 사회 평화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셰프샤우니 고문은 “특히 심리적 스트레스에 오래 노출된 분쟁지역 아동의 트라우마는 극단주의 사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제때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지 못하고 전쟁 속에서 자란 아이는 훗날 전쟁을 일으키는 극단화 된 사람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때문에 분쟁 지역 아동 교육에 있어선 지식 전달 차원의 접근만큼이나 심리적 지원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분쟁 지역 아동 심리·사회적 지원의 성공 사례로 그는 2017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로 대거 이주한 로힝야족의 사례를 꼽았다. 당시 콕스바자르의 난민캠프를 찾았던 셰프샤우니 고문은 “생에 가장 큰 충격을 꼽으라면 그곳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표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지원에 나선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식 전달 차원의 교육보다는 심리 치유에 중점을 둔 이유다.

샤리프 셰프샤우니 세이브더칠드런 호주 교육 선임 고문과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샤리프 셰프샤우니 세이브더칠드런 호주 교육 선임 고문과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3개월 뒤 그가 같은 곳을 찾았을 때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무런 표정이 없던 그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난민캠프를 뛰어 다녔다. 그는 “당시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지 교육자들에게도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셰프샤우니 고문은 “많은 국가들이 ‘안전한 학교 선언’에 참여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짚었다. 2015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처음 시작된 ‘안전한 학교 선언’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학교와 학생, 교육자의 안전은 보호하자는 정치적 선언이다. 현재까지 총 96개국이 참여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이다. 그는 “이 선언에 서명한다고 해서 법적 규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이들에게 이 같은 기준을 새로이 세워 준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16일 열린 분쟁지역 아동보호 포럼에서는 아동 대상 젠더 기반 폭력과 심리·사회적 피해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전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64)은 이날 포럼 전 인터뷰에서 “한국에 NGO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6·25전쟁이 계기”였다며 “한국이 도움 받던 국가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변신한 만큼 국제사회 곳곳의 무력 분쟁은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세이브더칠드런에서도 외교부에 ‘안전한 학교 선언’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청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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