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정신 이어받자[기고/문정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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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수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문정수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올해 10월 16일은 아주 뜻깊은 날이다. 부마민주항쟁이 발발한 지 40돌 되는 날이며,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가 주도하는 최초 기념식이 치러지는 날이다. 유신 독재가 초래한 사회 모순들이 YH무역 여성 노동자 김경숙을 죽음으로 몰았고 YH 노동자들이 신민당 당사에서 점거농성을 했다는 것을 빌미로 집권 민주공화당이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를 국회에서 제명하는 등 정치적 억압이 극도에 달했다. 여기에 더해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통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 시민항쟁으로 이어졌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에서 시작된 시위는 경남 마산 등으로 확산됐다. 박정희 정권은 10월 18일 0시 부산에 계엄령을, 20일 낮 12시 마산과 창원에 위수령을 발동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달 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유신 독재가 종말을 고했다.

부마민주항쟁은 유신 독재를 종식시킨 결정적인 민주항쟁이었다. 1980년 ‘서울의 봄’을 거쳐 전두환 등 신군부는 전국에 계엄을 확대했고 김대중 등 재야인사와 정치인, 학생을 체포했다. 신군부의 정치 탄압에 저항해 5·18민주화운동이 발발했다. 이어 7년 뒤 신군부의 독재를 무너뜨린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다. 따라서 부마민주항쟁은 4·19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까지 이어지는 민주화 대장정의 바탕이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지난해 5월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범시민준비위원회’를 꾸렸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9월 부마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늦었지만 부마민주항쟁의 국가기념일 지정에 기쁘다. 그러나 현재 부마민주항쟁은 관련법의 한계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30일 미만 구금자가 배상 또는 보상에서 제외돼 1500명 이상의 구금자 중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된 사람은 채 300명이 되지 않는다. 올바른 조사와 항쟁 참가자에 대한 예우를 위해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전문가의 지지를 부탁한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등 관련 단체들과 협력해 민주주의를 견고히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설 것이다. 그 바탕에서 남북 평화와 통일의 길이 활짝 열리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문정수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부마민주항쟁#유신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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