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기선제압 나선 美… 中 기업-공공기관 28곳 블랙리스트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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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위구르족 인권탄압 관련”… 세계최대 CCTV업체 등 제재
트럼프, 여전히 빅딜 입장 고수… “홍콩에 나쁜 일땐 협상 먹구름”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사흘 앞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빅딜(big deal)을 훨씬 선호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산업통상 정책 문제를 제외한 ‘스몰딜’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그 가능성을 거부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미일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중국과 부분적인 무역합의를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가 전혀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0일부터 시작되는 무역협상을 위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대표단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논의 주제는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서비스, 비관세장벽, 농업 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급 협상에 앞서 이날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차관급 협상도 시작됐다.

앞서 중국은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을 대량 구매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구조개혁 이슈를 피하고 ‘스몰딜’을 원하는 중국과 포괄적 합의인 ‘빅딜’을 원하는 미국의 간극이 여전해 2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협상도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관세 외에도 홍콩, 신장(新疆)위구르 인권 탄압 등 정치적 문제와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홍콩에서 어떤 나쁜 일이 발생하면 (무역)협상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며 “이는 정치적으로 우리나 다른 이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쁜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 정부의 무력 진압, 중국의 무력 개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 상무부는 이날 중국 신장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에 관여했다며 세계 최대 감시카메라 업체인 하이크비전 등 중국 기업 8개와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 공안국 등 공공기관 20곳을 수출 통제 제재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기관은 미 행정부 승인 없이는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다. 미 상무부는 이들이 신장위구르 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 탄압, 대량 구금,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감시 활동 등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을 제재한 것은 처음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미중 무역협상#신장위구르족#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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