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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이냐 개발이냐… 오색케이블카 백지화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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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이냐 개발이냐… 오색케이블카 백지화 후폭풍

강은지 기자 , 양양=이인모 기자 입력 2019-09-21 03:00수정 2019-09-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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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멸종위기 산양의 최적 둥지” vs “서식밀도 가장 낮아 무방”
설악산의 두 번째 케이블카는 과연 하늘을 가로지를 수 있을까?

환경부 ‘부동의’ 결정으로 백지화 수순에 놓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향방이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최근 대책회의를 갖고 행정소송 제기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양군민이 대거 참가하는 환경부 규탄 집회도 예정됐다. 환경부는 “찬반 논쟁을 매듭짓고 지역 발전 방안을 마련할 새로운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상당 기간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경제와 환경 사이에 치열한 전선(戰線)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철도와 터널, 공항 등 각종 개발사업 때마다 나타난 격한 충돌이 재현된 것이다. 매번 그렇듯 이번에도 개발과 환경의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양측 모두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심지어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내부에서도 외부위원 12명의 의견이 부동의 4명, 조건부 동의 4명, 보완 미흡 4명으로 엇갈렸다. 보완 미흡은 부동의가 아니지만 사실상 반대 의견이다. 협의회 내부에서는 케이블카가 들어설 경우 산양 서식지가 타격을 받으면 안 된다는 입장과 어느 정도의 타격은 감수하고 추후 모니터링 등으로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했다. 전형적인 환경보호 논리와 경제성장 논리다.


○ “동식물 등 모든 보호책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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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와 설악산 끝청(대청봉 서쪽에 있는 봉우리로 해발 1480m)을 잇는 사업이다. 총길이는 3.5km. 상·하부 정류장을 만들고 6개의 지주를 놓는다. 전체 차지하는 면적은 7만7112m²다. 1시간에 최대 825명이 15분이면 설악산 끝청에 오를 수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2016년 8월 찬반 측 추천위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등을 모아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했다.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 협의회의 역할이다. 같은 해 11월 협의회 의견을 바탕으로 원주지방환경청은 산양 등 멸종위기종 보호대책과 탐방로 회피대책 등의 보완을 양양군에 통보했다. 양양군은 2년 6개월 만인 올해 5월 보완본을 제출했지만 결국 지적사항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이슈는 산양이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산양이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지점에 살고 있었다. 확인된 개체는 38마리. 양양군은 설악산 전역이 산양이 살기에 적합한 점을 내세웠다. 일본에서도 케이블카 주변에 산양이 서식 중인 사례가 있는 만큼 공사 때만 잠시 산양이 떠났다가 완공 후 다시 돌아와 적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산양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미네랄블록(영양식)을 뿌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국립공원공단과 문화재청 조사 결과 상부정류장이 들어서는 곳은 산양이 살기에 상위 1% 수준의 우수한 적합도를 보였다. 다른 곳과 비교할 때 월등히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또 산양이 서식지를 떠나 다른 곳에 가면 해당 지점 생태계가 지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미네랄블록 제공은 동물의 야생성을 유지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국립공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식물에 대해서도 양양군은 당초 상부정류장 부근에서 백작약과 국화방망이 등 희귀 식물 4종을 파악했다. 하지만 협의회 측은 “실제 현장에 가 보니 희귀 식물인 자주솜대 등이 누락돼 있는 등 조사가 미흡했다. 이식 방식도 식물 맞춤형 방식이 아닌 일반적인 방식만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소음 및 진동으로 인한 영향에서도 인식 차가 분명했다. 양양군은 가축 피해 기준을 들어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가축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반박이 나왔다. 또 상부정류장 설치를 놓고도 “경관이 우수하다”(양양군)와 “인공경관이 형성된다”(협의회)로 엇갈렸다.

탐방객 관리 및 안전 대책도 치밀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양군은 봄과 가을 등 특정 시기에 탐방객이 몰려 자연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탐방예약제 실시를 예고했는데 공원공단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었다. 또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불 때 케이블카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세부 기준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케이블카가 멈출 경우 인력구조계획도 미흡하다는 평가였다.


○ “산양보다 사람이 먼저다”

양양군은 협의회 의견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논란이 된 산양 서식지 파괴에 대해 “사업대상지는 설악산에서 산양의 서식 밀도가 가장 낮다”며 “산양은 주로 골짜기에 거주지를 정하며 사업 노선은 능선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에게 가축 피해 소음 기준인 60dB(데시벨)을 적용한 것도 “야생동물에 대한 피해 소음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사용하는 가축 피해 소음 기준을 적용한 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반박했다. 처음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지적받은 내용을 상당 부분 개선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준화 친환경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도 “매년 많은 등산객으로 인해 탐방로 주변 나무뿌리가 썩는 등 황폐화한다. 케이블카는 그런 폐단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지난달 이해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설악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등산로를 폐쇄하고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경제성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부동의 발표 직후 가장 먼저 나온 주장도 “사람(경제)보다 산양(자연)이 먼저냐”는 반문이었다. 오색케이블카는 양양뿐 아니라 설악권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았다. 8월 말 기준으로 양양군 인구는 2만7643명으로 강원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세 번째로 적다.

양양군이 강원연구원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오색케이블카 가동 후 5년이 경과한 시점의 탑승객은 최고 83만 명, 운영에 따른 매출은 연 85억5000만 원이다. 이에 따른 연간 생산유발효과는 총 145억 원으로 추정됐다. 또 170명의 취업유발효과와 66억 원의 부가가치효과가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건설사업으로 인한 지역경제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932억 원, 고용유발효과 765명, 부가가치유발효과 377억 원으로 조사됐다.

지역주민들이 내세우는 건 ‘배신감’이다. 역대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된 사업이 한순간에 중단됐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립공원 삭도 설치 검토를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자연공원 내 삭도 설치 및 운영지침을 제정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환경부의 오색삭도 시범사업 지정과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이 있었고, 2016년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등이 이뤄졌다. 시간이 꽤 걸렸지만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환경부도 이를 의식해 “케이블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중요하다. 다른 대안 사업이 필요하면 적극 검토하고 지원하겠다”며 달래고 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계기로 개발과 환경의 해묵은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성 평가에는 산양 등 희귀 생물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빠져 있다”며 “한 번 훼손되면 없어지는 자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면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개발사업 추진 때 부엉이와 곰 등 희귀 생물에 금전적 가치를 매겨 환산한다.

홍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코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경제학자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저공해차로 바뀌고 있는 걸 예로 들었다. 홍 교수는 “전 세계 경제의 흐름이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며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도 자연성을 유지하면서 새롭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 쪽으로 시각을 바꾸면 장기적으로 분명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 / 양양=이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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