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日, 광복절 경축사 미리 알려줬지만 고맙다는 말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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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파장]靑, 당분간 對日 강경대처 시사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일본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고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말했다.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원인은 일본에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차장은 23일 브리핑을 자청해 “한일 정보보호협정 종료는 많은 고민과 검토 끝에 국익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며 “일본이 한일 간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됐다고 하는 상황에서 협정을 유지할 명분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일본과의 물밑 대화 과정을 세세히 공개하며 당분간 대일(對日) 강경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시사했다. 김 차장은 “일본 측과 외교적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추진했다”며 “심지어 광복절에도 우리 고위급 인사가 일본을 방문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고 했다. 이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우리는 일본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고, 심지어 경축사 발표 이전에 일본 측에 (경축사) 내용을 알려주기까지 했다”며 “일본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고맙다는 언급조차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에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경제산업성 담당 국장 간 협의 요청(7월 16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의 수석대표 간 대화 제안(7월 24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담 제안(7월 27일) 등 정부가 수차례 실무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일절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보보호협정 파기와 관련해서도 “협정 체결 이전에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3국 간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 쉽게 말하면 지소미아 체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종건 대통령평화기획비서관도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파기 결정) 전날까지 협정 연장론이 우세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만약 (협정) 틀은 유지했고 정보 교류는 안 한다고 했다면 오히려 일본에 여러 선택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는 하지 않으면서 허울뿐인 협정을 유지하는 절충안보다 파기가 낫다고 결정했다는 의미다.

한편 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비난한 데 대해선 “그런 비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협상 전에는 자기 입장을 여러 채널을 통해 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한미 관계는 굳건하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한미가 긴밀히 협조해서 (비핵화) 엔드 스테이트(최종 상태), 로드맵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했다. 김 차장은 이날 브리핑 도중 일본 특사로 다녀온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소속이 더불어민주당으로 잘못 표기돼 있자 생방송 중 브리핑을 잠시 멈추고 배석한 청와대 직원에게 “이건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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