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44년 전 덕적도 방위병 총기 난사사건, 진상조사 해야”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20일 0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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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년 전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서 발생한 ‘방위병의 총기 난사사건’과 관련해 당시 군의 총기 관리 부실 등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재조사 또는 재수사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975년 덕적도 근무 방위병이 민간인에게 총기를 난사해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에 대해 당시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재조사 또는 재수사할 것을 국방부에 의견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해군이 권익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덕적도에서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A씨(당시 23세)는 B씨를 짝사랑했지만 B씨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자 무기고에서 소총과 실탄을 훔쳐 그들을 살해했다. A씨는 B씨에게도 2발을 발사했으나 빗나갔고 B씨의 동생 C씨에게 복부관통상을 입혔다. 이후 A씨는 인근 주택에 들어가 자살했다.

당시 해군 헌병대는 A씨가 자살하자 불기소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으로 졸지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4남 1녀의 어린 자녀들은 덕적도와 인천 등지로 뿔뿔이 흩어져 식모살이를 하거나 친척집 등에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다.

군은 이들 자녀들에 대한 지원은 커녕 피살된 부모의 장례 지원 등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특히 C씨는 15일간의 병원치료 끝에 겨우 회복을 했으나 44년이 지난 지금도 장폐색증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자녀들은 사건 이후 군사정권의 통치가 계속되자 억울함과 한을 가슴 속에 품고 살다가 지난해 6월 변호사를 선임해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어 사건의 내막을 권익위에 알리고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보상대책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사고 당시는 유신체제 및 군사정권 시기이고 이후에도 10여년 넘게 군사정부가 이어지며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대신해 친척 일부가 월미도에 있는 부대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찍소리도 하지 말라. 조용히 있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들었다.

민원인들은 “당시는 군, 경찰에 대해 불리한 언급을 하면 행방불명이 되는 사건이 많던 군사정권 시절이었기 때문에 수십 년간 소송이나 배상 등 어떠한 요구도 생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무기 관리 소홀 등 이 사건 발생경위와 책임자 등에 대한 조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기 및 탄약 관리 소홀이 사건 발생의 근본 원인인데도 군 지휘관들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권익위는 군부대의 협박 등 피해자가 국가에게 손해배상 등 권리구제를 요구하는데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재조사 또는 재수사하라고 국방부에 의견표명 했다.

권근상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수십 년 전 군인의 불법행위로 국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이를 배상하고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당시 군의 조사가 없었다면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재조사가 이루어져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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