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월로스키 “협력관계였던 FBI 돌변… 에이드리언 홍, 北-美 양쪽서 쫓겨”[파워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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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보호 단체 ‘자유조선’ 법률 대리인 리 월로스키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대사관 습격 배후로 지목된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법률 대리인 리 월로스키 변호사.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작은 사진)의 구명운동을 하는 그는 자유조선이 곧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채널A 화면 캡처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대사관 습격 배후로 지목된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법률 대리인 리 월로스키 변호사.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작은 사진)의 구명운동을 하는 그는 자유조선이 곧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채널A 화면 캡처
“자유조선 지도자 에이드리언 홍에 대한 암살 위협이 여전하다. 그를 보호해야 한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55허드슨야드’ 빌딩에서 만난 리 월로스키 변호사(51)가 기자에게 건넨 첫마디다. 뉴욕 유명 로펌 ‘보이스실러플렉스너’ 소속인 그는 2월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 배후로 지목된 반북 단체 ‘자유조선’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특히 자유조선을 이끌고 있으며 현재 행방이 묘연한 에이드리언 홍의 구명 운동을 전개하면서 미 주요 언론의 집중 조명도 받았다. 홍은 4월 말부터 습격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쫓기고 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같은 달 CNN에 출연해 “북한이 암살단을 보내 홍을 해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최근 잇달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면서 홍의 행방 및 자유조선이란 단체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미사일은 단거리에 불과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도 좋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미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홍을 보호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968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 학사 및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조계에 입문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으로 일했고,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전 상원의원의 선임보좌관도 지냈다. 특히 2015년 7월∼2017년 1월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 폐쇄 특사로도 일했다. 수용소에 있던 억류자 75명을 15개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작업을 주도하며 행정 능력도 인정받았다.

○ “동전 뒤집듯 돌변한 FBI”

월로스키 변호사는 최근 미 사법당국이 급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보였다며 이를 우려했다. 그는 “불과 1, 2주 사이 FBI의 태도가 동전 뒤집듯(flipping a dime) 돌변했다”며 홍의 신변 보호에 예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법 당국은 홍을 ‘무장한 위험인물’이라고 하던데….

“홍은 선교 집안 출신으로 아프리카와 멕시코 등지에서 불우 어린이들을 도왔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위해서도 열심히 일해 왔다. 그의 삶 자체가 폭력과 무관하다.”

그는 “미 정부가 홍의 체포에 나선 배경이 혹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결단 때문이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다만 “(자유조선 회원들의 스페인) 송환을 통해 자유조선 해체를 원하는 각국 정부들과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앞서 기자는 미 법무부에 홍에 대한 체포 결정 배경을 e메일로 문의했다. 법무부는 홍과 FBI가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사건 이후 접촉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추가 수사를 통해 홍을 ‘위험인물’이라고 결론 내렸다는 답을 보내왔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북한 정권의 감시를 받는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의 주장만을 믿고 자유조선 관계자들의 송환을 요청한 스페인 당국이나 이를 받아들인 미 사법당국의 조치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대사관 습격 사건 직후 홍을 노리는 북한의 암살단 관련 첩보도 FBI가 직접 우리 쪽에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또 상당 기간 홍과 FBI는 ‘협력(cooperative)’ 관계였다며 “FBI는 홍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홍이 북한대사관에서 수집한 물품도 FBI 요청에 따라 그쪽에 제공했다”고도 강조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홍이 북한 관리들과 자유롭게 비공식 연락이 가능한(open line of communication)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었고, 이는 미국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대사관 습격 사건 이전부터 미 당국과 자유조선 측 간 비공식 협력 관계가 존재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자유조선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카 김한솔을 비밀리에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유조선은 2017년 김 위원장의 이복형이자 김한솔의 부친인 김정남이 독살된 뒤 김한솔을 제3국으로 피신시켰다고 주장해왔다. 5월에는 습격 사건 후 미 당국에 체포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과 김한솔이 함께 찍은 사진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하지만 신변 문제를 우려했는지 김한솔에 대한 얘기를 듣기는 어려웠다.

○ “北 대사관 직원, 환히 웃어”

월로스키 변호사는 자유조선의 향후 계획과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영상 일부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했을 당시 자유조선 멤버 중 한 명은 ‘보디캠(몸에 부착한 소형 카메라)’으로 당시 상황을 촬영했다”며 “이미 자유조선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스페인 북한대사관 내 김일성 부자 초상화 파손 영상 외 미공개 영상 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대사관 관계자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상은 해당인의 신변 보호 차원에서 언론에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그의 사무실에서 기자는 해당 영상 일부를 볼 수 있었다.

4, 5초 길이의 이 영상은 사건 당일인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회의실에서 찍혔다고 했다. 화면 맨 왼편 직사각형 테이블 헤드엔 북한 관계자가, 그 양옆으로 자유조선 관계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흰 와이셔츠, 노타이 차림의 북한 관계자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환히 웃기도 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화면 오른편의 벽면 액자 흔적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훼손된 김일성 부자의 사진이 걸려 있던 자리”라고 했다. 6월 자유조선 측은 소속 대원이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 후 북한 독재정권 규탄 의미로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부수는 장면이라며 해당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감금 폭행 등이 있었다면 환히 웃는 장면이 가능했을까. 또 피해를 입었다는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의 상해 진단서나 구급차 호출 기록도 전무하다. 자유조선은 북한대사관 관계자의 초청을 받고 그날 그곳에 갔고 그들과 몇 시간 대화를(hours of discussion) 나눴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미 당국의 태도가 왜 급변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꺼렸다. 그는 “미 당국에 당시 스페인 북한대사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미 설명했다”며 “자유조선은 북한대사관에 무단 침입해 ‘미국으로 망명하라’는 식의 강압을 하지 않는다. 누구든 자유를 위해 탈출하고자 하면 도울 것”이라고 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이 스페인 당국에 사건 경위를 진술할 당시 북한 (감시) 경호원과 함께 있어서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의 지지 부탁”

월로스키 변호사는 자유조선 웹사이트에 미 사법 당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성명을 게재하는 등 조직의 대변인 역할도 해왔다. 인터뷰 전날엔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쫓기고 있는 홍의 근황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선 절대 밝힐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에게 ‘차라리 크리스토퍼 안처럼 홍도 자수해 사법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안전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 의뢰인(홍)에게 어떤 조언을 하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인터뷰에 호응한 이유는 뭔가.

“우리는 가능한 한 모든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 임무를 지속하고 (홍과 크리스토퍼 안 등 관계자) 송환을 통해 우리 조직의 해체를 꾀하는 정부(들)에 대항하기 위한 지지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의 거짓 증언을 토대로 한 혐의에만 기반한 움직임은 그 어떤 것도 하지 말아 달라.” 그는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사건이 불거진 뒤 “자유조선이 (북한에 대한 자유의 확산 등) 본연의 임무 대신 법적 대응에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홍과 자유조선의 법률대리를 맡게 된 배경에 대해선 “홍과 나를 각각 알고 있던 지인이 도움을 요청해 왔다”고만 밝혔다. 유명 로펌의 거물급 변호사인 그에 대한 비용을 누가 지급하느냐는 질문에도 “금전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대신 그는 자유조선 측의 활동이 곧 재개될 것이라 강조했다. 추가 영상 공개 등 자유조선 측이 또다시 활동에 나설 것이란 예고였다.

뉴욕=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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