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요청 급증했는데… 예산 모자라 충분 조치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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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월 보호건수 2배 가까이 증가
경찰 예산 4년째 10억안팎 동결
스마트워치 절반만 지급하고 임시숙소도 평균 1.6일 제공 그쳐


A 씨는 지난달 남편한테 폭행을 당했다. 남편은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한다는 이유로 A 씨의 팔다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졸랐다. 폭행 피해 사실을 112에 신고한 A 씨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함께 요청했다. 남편과 함께 거주하던 집이 아닌 다른 곳(임시숙소)에서 지낼 수 있게 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신변 보호 대상자로 결정되면 최장 5일간 경찰이 제공하는 임시숙소에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A 씨는 임시숙소에서 이틀밖에 지내지 못했다. 경찰은 신변 보호 대상자들이 지낼 임시숙소를 하루 9만 원의 한도 내에서 숙박시설에 마련해 주는데 관련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증인을 자처했던 윤지오(본명 윤애영·32) 씨가 40일간 신변 보호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신변 보호 요청 사례가 늘고 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석 달간 월평균 750건이던 신변 보호 결정은 4∼7월 월평균 1330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신변 보호 관련 경찰 예산은 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충분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복범죄를 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면 경찰은 신변보호심사위원회를 열어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회에서 ‘신변 보호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나오면 경찰은 보호 대상자에게 임시숙소와 스마트워치(위치추적 겸 비상호출 장치)를 제공하고 맞춤형 순찰도 실시한다.

문제는 경찰의 관련 예산이 4년째 그대로라는 점이다. 경찰의 신변 보호 사업 한 해 예산은 2016년부터 10억8600만 원에 묶여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시숙소는 최장 5일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산이 부족해 평균 1.6일밖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치안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찰서에서는 스마트워치도 부족해 인근의 다른 경찰서에서 빌려다 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신변 보호 사업 예산은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에서 나온다. 올해 기준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은 총 956억 원인데 법무부에 406억 원, 여성가족부에 313억 원, 보건복지부에 225억 원이 책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변 보호 사업 예산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위급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의 보호 조치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abro@donga.com·김은지 기자
#신변보호#경찰#스마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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