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의실 옷장위 수건 속 몰카 조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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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 불법촬영 대응 이렇게
풍경 찍는 척하다 신체 촬영 많아… 백사장 망루-가로등 번호표 등
자기 위치 알릴 표지 알아두면 도움… 112 문자신고때 사진 첨부 가능

“잠시 카메라 좀 보겠습니다.”

21일 낮 12시 40분경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의 수돗가. 경찰이 디지털 카메라를 든 태국인 남성 A 씨(37)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A 씨의 카메라 렌즈 방향이 여성 B 씨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19일 개막한 보령머드축제에 놀러 온 B 씨는 수돗가에서 진흙 묻은 몸을 씻고 있었다.

경찰이 살펴본 A 씨 카메라에는 B 씨 말고도 여성 4명의 사진이 있었다. 모두 신체 특정 부위를 강조하거나 확대한 사진이었다. A 씨는 “혼자 보려고 찍었는데 범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A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여름휴가철 인파가 몰리는 피서지에서 불법 촬영이 기승을 부린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거나 여성용 탈의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숨겨놓기도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2018년 전국에서 발생한 불법 촬영 범죄 1만7575건 중 31%(5530건)가 6∼8월에 집중됐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동해, 서해, 남해의 주요 해수욕장 3곳(강릉 경포대, 대천, 부산 해운대)에서 불법 촬영 등 성범죄 적발을 위한 합동단속에 들어갔다. 다음 달까지 두 달간 실시한다. 경찰은 전국의 주요 피서지 65곳에 ‘여름경찰서’도 운영한다.

불법 촬영을 일삼는 이른바 ‘몰카범’들은 백사장 풍경을 찍는 척하면서 여성의 몸을 담는 경우가 많다. 타깃으로 삼은 사람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합동단속을 벌이고 있는 여가부 인권보호점검팀 지성숙 경위는 “자신을 따라다니며 반복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 한 번쯤 (불법 촬영을) 의심해 보라”고 조언했다.

여성용 탈의실이나 화장실에도 카메라 렌즈를 숨긴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은 렌즈탐지기와 전파탐지기로 이런 곳에 몰카가 설치됐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탈의실 캐비닛 위에 수건이나 신문지 같은 물건이 놓여 있으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캐비닛 손잡이나 화장실 벽의 타일 사이에 조그만 렌즈가 박혀있는 경우도 있다.

불법 촬영을 목격했거나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의심이 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불법 촬영은 한 사람에 그치지 않고 반복돼 여러 피해자를 낳기 때문이다. 포스텍에서 성범죄에 대해 조언하는 박찬성 변호사는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로 신고하다 범인이 도망갈까 우려되면 112 문자메시지로 신고해도 된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첨부할 수도 있다.

신고할 때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경찰이 알기 쉽도록 표지가 될 만한 것들을 알아놓으면 좋다. 대천해수욕장 백사장에는 66개 가로등에 번호표가 붙어 있고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망루 10개를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최혜승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피서지#불법촬영#112 문자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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