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끊임없이 진화해온 인류… 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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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한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동물을 묘사한 벽화. 이 동굴에는 5만2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 벽화도 있다. 왼쪽 사진은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을 조롱하는 그림.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한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동물을 묘사한 벽화. 이 동굴에는 5만2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 벽화도 있다. 왼쪽 사진은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을 조롱하는 그림.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찰스 다윈은 1859년 출판한 ‘종의 기원’에서 모든 생물이 자연선택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어요. 그는 지금의 인류가 오래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인 ‘고인류’로부터 진화했다고 생각했지요. 1859년만 해도 이 주장은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인간이 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진화론은 인간이 다른 생물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거니까요. 이 때문에 다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럼 침팬지가 인간의 조상이냐”라는 조롱조의 질문을 던지며 다윈을 비웃었어요.

○ 침팬지는 인류의 조상일까?


실제로 침팬지와 인류는 약 98.8%의 유전자가 같아요. 하지만 침팬지가 인류의 조상은 아니지요. 과학자들은 약 500만∼700만 년 전에 침팬지와 인류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또 20세기 후반에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고인류 화석이 발견됐어요. 이 화석들은 인류의 조상이 실제로 오래전 지구에 살았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었죠.

○ 고인류는 구부정한 야만인이다?

흔히 고인류라고 하면, 어깨를 움츠리고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모습을 떠올려요. 그런데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대와 스페인·이스라엘 공동 연구팀이 네안데르탈인은 허리를 곧게 편 자세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네안데르탈인의 신체 중 연구팀이 주목한 부위는 상반신의 흉곽과 척추뼈예요. 연구팀은 흉곽이 잘 보존된 ‘케바라2’라는 6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남성 골격을 단층 촬영했어요.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현대 인류보다 폐활량이 많고, 더욱 곧게 뻗은 허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사람들은 왜 네안데르탈인을 구부정한 모습으로 그렸을까요? 그 이유는 20세기 초 프랑스의 라샤펠오생에서 발견된 화석 때문이에요. 이 화석의 주인공은 건강이 좋지 않아 이는 다 빠졌고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상태였죠. 이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은 구부정한 자세로 복원되었어요. 그런데 이를 본 많은 유럽 사람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식민지 원주민을 떠올렸어요. 다른 대륙의 땅을 빼앗아 강제로 식민지를 만든 유럽 사람들은 원주민들이 미개하므로 유럽의 문명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즉, ‘고인류는 야만인’이라는 고정관념에는 식민시대의 인종차별적인 편견이 조금은 숨겨져 있는 셈이에요.

실제로 고인류는 생존을 위한 활동은 물론이고 조각, 장례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했어요. 그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이 ‘동굴 벽화’예요. 동굴 벽화는 인류의 역사에서 극히 최근인 1만∼3만 년 전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11월 호주 그리피스대와 인도네시아 공동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동쪽의 칼리만탄 지역의 동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를 발견했어요. 연구팀은 벽화에서 탄산칼슘 시료를 채취한 뒤 연대를 측정해 봤어요. 그 결과 벽에 남은 손바닥 모양의 벽화는 약 5만2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확인됐죠. 또 올해 2월에는 스페인의 라파시에가 동굴에서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6만5000년 전의 동굴 벽화도 발견했어요. 고인류는 과학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려온 거예요.

○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졌을까?


현재 남아있는 인간은 호모사피엔스의 한 종으로, 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어요. 이 당시 지구에는 호모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여러 고인류가 공존했지요.

2010년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페에보 박사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게놈 지도를 만들었어요. 이 게놈을 비교해 보니 현대인의 유전자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약 2% 섞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이어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겉모습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두 인류의 두개골을 비교하기로 했어요. 연구팀은 현대인 4468명의 유전자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분석했지요. 우선 사람들의 뇌가 얼마나 둥글게 생겼는지를 측정한 후, 두개골의 모습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변이를 찾았어요. 그리고 이 변이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온 것인지 조사했지요. 그 결과 1번과 18번 염색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돌연변이가 두개골을 길게 만들었다는 점이 드러났답니다.

네안데르탈인만이 아니에요. 현대인의 게놈에는 러시아에서 발견된 고인류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도 섞여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작년 8월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의 화석도 발견되었지요. 서로 다른 고인류가 자손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흔했던 거죠.

○ 인류의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도록 손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붙이면, 손목 중간에 길쭉하게 올라오는 근육이 보이나요? 이 근육은 ‘긴손바닥근’이에요. 근육이 보이지 않아도 걱정하지 마세요! 10∼15%의 사람은 이 근육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긴손바닥근은 나무를 타고 다니는 원숭이에게 특히 발달한 근육이에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나무를 탈 일이 거의 없는 인간의 긴손바닥근은 퇴화 중이라는 가설을 내놓았어요. 진화의 증거는 유전자(DNA)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요. 2017년 초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멜리사 일라르도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동남아시아의 해안에 사는 원주민인 바자우족의 유전자를 분석했어요. 바자우족은 뛰어난 잠수 능력으로 유명한데, 연구진이 바자우족의 유전자를 육상생활을 하는 다른 부족과 비교했더니 ‘PDE10A’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 돌연변이가 잠수 능력에 영향을 주는 비장이라는 기관을 크게 만들어 오랫동안 잠수가 가능해진 것이죠. 이외에도 피부색, 우유에 들어있는 젖당을 소화하는 효소 등 다양한 돌연변이가 문명이 시작된 이후에 생겨났어요. 인간이 사는 환경과 문화에 따라서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나 퍼진 것이죠. 앞으로 인류가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지 궁금하지 않나요?

이창욱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찰스 다윈#진화론#인류#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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