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서핑천국’ 죽도해변 가로지르는 검은 물줄기, 정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3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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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죽도해변.
이른 아침 죽도해변.
국내 서핑의 성지 강원도 양양. 그 가운데서도 서퍼(surfer)들의 천국으로 뜨고 있는 현남면 죽도해변은 다양한 맛집과 축제들로 매해 6만 여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해변을 따라 조성된 캠핑사이트는 바다를 바라보며 캠핑과 서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로 꼽힌다.

해변을 가로지르는 검은 줄기의 정체는?
해변을 가로지르는 검은 줄기의 정체는?

휴가를 즐기기 나무랄 데 없을 것 같은 이곳 해변에 난데없이 수로가 보인다. 이곳에서 나온 물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모래위에 생긴 물길은 어른이 다리를 벌려 뛰어넘기에도 벅찬 넓이로 해변을 둘로 나누고 있다. 발을 담궈 보니 꽤나 차갑다.

물줄기의 넓이가 꽤나 넓다.
물줄기의 넓이가 꽤나 넓다.

이 물은 어디서 흘러오는 걸까? 수질에 문제는 없을까? 기자이기 이전에 서핑 동호인의 한 사람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수년째 이곳에서 파도를 타왔던 서핑강사도, 식당 사장도, 심지어 면사무소 관계자조차 이 하수로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이를 데리고 휴가를 왔다가 저 물길이 찝찝해 인근 다른 해변으로 옮겼다는 내용마저 보인다.

포크레인 한 대가 바다로 향하는 하수로의 물길을 터주고 있다.
포크레인 한 대가 바다로 향하는 하수로의 물길을 터주고 있다.

22일 오전 죽도해변. 포크레인 한 대가 이곳의 물길을 터주고 있다. 8년째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준영(33) 죽도해변관리소장은 “하수에서 나온 물이 고이지 않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뒷산과 마을에서 흐른 물이 섞여 내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2~3년 전부터 방문객이 늘면서 민원이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미관상 안 좋은 건 사실이다. 마을에서 올해 말쯤 수로를 덮거나 보수하는 외관 공사를 시작하려 하지만 예산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하수로 입구. 물줄기가 약해 작은 웅덩이에 고여 침전물이 생겼다.
하수로 입구. 물줄기가 약해 작은 웅덩이에 고여 침전물이 생겼다.


바다로 뻗은 물길.
바다로 뻗은 물길.

과연 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도 괜찮은 것일까? 궁금증은 작업 중인 포크레인 옆을 지나고 있던 전동한(69) 양양군 시변리 이장을 만나니 풀렸다. “뒷산의 계곡과 빗물이 마을에서 정화된 오수와 만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논에서 사용한 물도 섞여있을 것이다. 아주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양양군에서 정기적으로 수질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떤 물이든 결국 흘러 바다로 가기 마련이지 않나. 하수 시설이 눈에 띄고 안 띄고의 차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물길이 검은색을 띄는 이유는 물이 탁해서가 아니다. 모래가 젖은 탓이다.
물길이 검은색을 띄는 이유는 물이 탁해서가 아니다. 모래가 젖은 탓이다.

내친 김에 민원인으로 양양군 상하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걸어봤다. 양양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 역시 “2017년에 실시한 하수정비사업으로 오수는 실시간으로 허용수치 내에서 방류되고 있다. 현재 죽도해변에는 바닷물과 섞여 자연정화가 가능한 상태의 물이 방류되고 있다. 안심하고 서핑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양양=양회성 기자 yohan@do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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