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보복 앞장선 세코 경산상 5선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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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참의원 선거]‘손타쿠’ 논란 쓰카다 前부대신
아베-아소 전폭지원에도 낙선

일본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 21일 도쿄의 한 투표소에 마련된 기표대에 줄줄이 자리 잡은 유권자들이 기표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이 과반을 확보해 압승을 거뒀다. 도쿄=AP 뉴시스
일본 참의원 선거가 치러진 21일 도쿄의 한 투표소에 마련된 기표대에 줄줄이 자리 잡은 유권자들이 기표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이 과반을 확보해 압승을 거뒀다. 도쿄=AP 뉴시스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당선자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측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57·사진) 경제산업상도 포함됐다. 경제산업성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의 주무 부서다.

이번 선거에 와카야마(和歌山) 선거구에 집권 자민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이날 오후 8시 출구조사 발표 및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상대 후보를 누르고 ‘당선 확실’ 판정을 받았다. 이날 선거 승리로 5선(選)에 성공한 그는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와카야마에서도 나타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승리 소감을 밝혔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번 선거 유세를 위해 도쿄를 떠나 있는 동안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설명글을 올리는 등 한국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19일 오전 한국 정부가 양국 국장급 협의를 요구하자 그는 경제산업성 실무진에 지시해 곧바로 이날 오후 반박 기자회견을 열도록 했다.

그는 세습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조부는 현 내각부(옛 경제기획청) 장관을 지낸 세코 고이치(世耕弘一), 백부는 역시 전 참의원 세코 마사타카(世耕政隆), 2013년 재혼한 현 부인은 전 민진당 의원 겸 정치평론가 하야시 구미코(林久美子·47)다.

니가타(新潟) 선거구에서 역시 자민당 후보로 출마한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56) 전 국토교통성 부대신(차관급)은 낙선했다. 그는 올해 4월 이른바 ‘손타쿠(忖度)’ 사건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손타쿠는 원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명백한 지시 없이도 윗사람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 해결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계열의 ‘아소파’ 관료로 유명한 그는 4월 1일 한 강연에서 “시모노세키(下關)와 기타큐슈(北九州)를 잇는 ‘시모키타 도로’ 사업 계획을 내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도로는 두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다. 바다를 두고 떨어진 두 지역은 오래전에 건설된 다리와 터널 등으로만 연결돼 있다. 특히 시모노세키는 아베 총리, 기타큐슈와 맞닿은 후쿠오카현은 아소 부총리의 정치적 고향이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 이를 간파한 쓰카다 부대신이 사업 추진 조사비를 국가 예산 계획에 올렸다면서 ‘알아서 모셨다’고 실언한 셈이다. 발언이 알려지자 언론과 야당은 일제히 비판했다. 그는 5일 만에 사임했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는 머리를 짧게 깎고 참의원 선거에 나섰다. 특히 그의 당선을 위해 아베 총리, 아소 부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 내각 최고위 인사가 잇따라 지원 유세에 나섰다. 최고 권력자들의 잇따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10시 기준 야권 단일 후보 우치코시 사쿠라(打越さく良) 후보에게 패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치이 사야카(市井紗耶香·36) 후보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아이돌그룹 ‘모닝구무스메’의 멤버다. 그의 비례대표 당선 여부는 이날 오후 11시 기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4인조 여성그룹 ‘스피드’의 전 멤버 이마이 에리코(今井繪理子) 의원도 3년 전 자민당 참의원 비례대표가 되는 등 전직 아이돌의 정치인 변신이 잇따르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최지선 기자

#일본 참의원 선거#세코 히로시게#경제산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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