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운동장에 선 긋고 “HIV 감염자 따로 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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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2명 “특이환자 호칭” 진정… 인권위 “존엄성 침해” 시정 권고

지난해 3월 대구교도소 실외운동장 바닥에 물을 뿌려 표시한 선이 그어졌다. 교도관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수용자 2명을 다른 수용자들과 분리하기 위해 운동 공간을 둘로 나눈 것이다. HIV에 감염된 수용자 2명은 격리된 상태에서만 운동이 허용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도소 측으로부터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2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교도소 측은 감염자들의 감염 사실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감염자끼리 같은 방에 수용하고 방문 앞에는 ‘특이 환자’라고 적힌 종이를 붙였다. 교도관들이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특이 환자”라고 호명하는 일도 잦았다. 의료수용동의 청소 도우미와 다른 수용자들은 감염자들의 감염 사실을 모두 알게 됐다.

HIV에 감염된 수용자 2명은 지난해 10월 ‘교도소 측의 행위가 부당하다’며 법무부와 교정본부에 처우 개선과 이감 조치를 요청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법무부나 교정본부의 현장 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교도소 측이 불필요한 우려로 HIV 감염자를 차별해 격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HIV는 주로 주삿바늘이나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다. 질병관리본부는 HIV 감염자와 신체적인 접촉을 하거나 같은 방을 사용해도 감염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17일 법무부에 각 교정기관에서 HIV 감염자 등 수용자의 민감한 개인 병력이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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