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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죽이기에만 매달리면 미래 인재는 언제 키우나요[인사이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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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죽이기에만 매달리면 미래 인재는 언제 키우나요[인사이드&인사이트]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19-07-15 03:00수정 2019-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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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취소’ 위기 자사고 정책
“평준화 보완” DJ때 도입 자사고, 진보교육감 등장하며 ‘폐지’ 강행
대부분 만족도-신뢰도 높은데 상산고 등 올 11곳 지정취소 몰려
전세계 인재양성 매진과 대조… 일부 관료-교육감은 ‘내로남불’
자사고-일반고 모두 ‘우리의 아이’… 함께 인재로 성장할 ‘윈윈정책’ 기대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일반고에 갔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탈북해서 중학교 2학년 2학기부터 다닐 때 알파벳밖에 못 읽었던 저는 대학의 ‘대’자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저는 전북 상산고가 입시 위주라서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아요. 모든 고교가 입시 위주 아닌가요? 오히려 상산고는 양서 읽기나 헌법 등 입시와 무관한 수업도 많았어요. 북한에도 한국의 자사고 같은 1고등중학교가 있어요. 공부 잘하는 애들을 뽑는데, 일반 학교 다니다가 편입시험 보고 가기도 해요.”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적정성 논란이 계속되던 얼마 전 이혜심 씨(25·여)와 통화했다. 탈북자 이 씨는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의 배려로 난생처음 들어본 ‘자사고’에서 학비 걱정 없이 무료로 공부했다. 당연히 성적은 내내 꼴찌였다. 이 씨는 재수 끝에 2016년 이화여대 간호학과에 합격했다. 이 씨는 “상산고 선생님들이 저를 붙잡고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도 가르쳐줘 노력하면 뭐든 이뤄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 영향도 받았다. 상산고에서 공부 습관을 기른 덕분에 대학에서도 6학기 동안 성적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일반적인 학생 케이스는 아니지만 그의 사례에서 자사고가 교육당국의 주장처럼 입시 경쟁에만 매몰된 학교가 아니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자사고 졸업생들은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은 학교라고 증언한다.

그런데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자사고 24곳 중 46%(11곳)가 교육청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받고 교육부 장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상산고를 비롯해 서울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화여대부고 중앙고 한양대부고,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다. 최소 10년, 길게는 18년째 자사고로 운영해온 이 학교들은 일반고로 강제 전환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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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원들 만족하는데 지정 취소

상산고와 해운대고는 학생·학부모·교원 만족도 조사에서 만점(8점)을 받았다. 이 외에 지정 취소가 결정된 자사고 대부분은 학교 구성원 만족도 점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구성원이 만족하는 학교를 정부가 마음대로 없애려는 것”이라며 “만족도 만점인 일반고를 만들 생각이나 해 봤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사고는 면학 분위기가 좋다” “교사들이 입시에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말한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원이 미달되면 운영이 어려워진다. 한 자사고 교장은 “일반고는 학생들이 알아서 오니 교사들이 뭘 더 할 명분이 없다”며 “자사고는 선택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자사고의 대입 실적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여러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수시·정시전형으로 학생들을 대학에 많이 보낸다.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자사고가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학교 구성원 만족도가 높으면 자사고는 지정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교육감, 선거 공약 후 폐지 강행


문재인 정부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자사고의 뿌리는 김대중 정부가 2002년 고교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자립형사립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 고교 평준화를 도입한 이후 정권마다 평준화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과학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외국어고를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는 평준화의 문제점인 획일성을 보완하고, 고교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 수월성 추구를 확대한다며 자립형사립고 시범 운영 방안을 내놨다.

열악한 교육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자립형사립고는 학생 납입금의 25% 이상을 매년 법인이 부담하고 교육청이 지원금을 주지 않는 대신 교육과정과 학생 선발을 자율적으로 하게 했다. 2002년 광양제철고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2003년 상산고 해운대고 현대청운고가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자립형사립고의 운영 성과를 토대로 자율형사립고를 법제화했다. 이 학교들은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모집한 자립형사립고와 달리 해당 시도에서만 학생을 모집할 수 있었다. 학생은 중학교 내신 50% 이내에 드는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으로 뽑아야 했다. 법인전입금은 학생납입금의 3% 또는 5%였다. 양질의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자녀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정원의 20% 이상 선발해야 했다.

교육감이 5년마다 자사고를 평가해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도 이때 생겼다. 당초 49개였던 자사고는 현재 42개다. 평가로 지정이 취소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2010년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진보 교육감의 원조로 불리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MB 특권교육’을 심판하겠다며 자사고 폐지를 주장했다. 그 대신 지필평가를 지양하는 혁신학교 확산을 추진했다. 자사고 폐지는 이후 모든 진보 교육감이 이어받았다.

2014년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엄격한 재지정 평가로 자사고를 대부분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 제2의 고교 평준화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재지정 평가를 통해 6곳을 지정 취소하려 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가 교육청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현 정부는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커트라인을 5년 전보다 10점 높였다. 전북도교육청은 홀로 20점을 올려 80점으로 높였다. 또 자립형사립고 출신인 상산고에 법적 의무가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유일하게 적용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 모든 국가 ‘인재 양성’ 안간힘

이번에 탈락한 자사고 측은 “인재 양성에 힘써 왔는데 하루아침에 교육당국이 몹쓸 학교 취급을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정부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쏟아온 열정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자사고 전환 이후 460억 원을 투자했다. 전국에서 오는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 190억 원을 투자해 기숙사도 건립했지만 일반고가 돼 인근 학생이 오면 쓸모가 없어진다. 120억 원을 들여 기숙사를 세운 배재고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정부 교육정책의 기조에 획일적 평등주의 색채가 강화되면서 ‘인재 양성’ 목표가 안 보인다고 우려한다. “전 세계가 인재 양성을 위해 달려가는데 한국만 거꾸로 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암기 위주,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한국보다 빠른 1967년 고교 평준화를 도입했지만 2003년 폐지했다.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지자 ‘인재를 안 키우면 한국과 중국에 추월당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당국은 과잉 경쟁의 폐해를 지적하는데 경쟁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하고, 뒤처지는 사람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끼처럼 잠자다가 추월당하면 어떡할 것인가. 교육자라면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일부 정부 관료와 교육감 자녀들이 자사고나 특목고, 서울 8학군 학교를 나온 점을 지적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두 아들은 외국어고,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아들은 과학고 출신이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상산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지난달 말, 아들의 영국 케임브리지대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연가를 쓰기도 했다. 상산고의 한 학부모는 “상산고 학비가 비싸고 명문대에 많이 입학시킨다고 비판한 교육감이 아들을 유학 보냈다”며 “자기 자식은 좋은 학교 보내면서 다른 사람은 기회조차 박탈하느냐”고 말했다.

정부나 교육감이나 선거 공약 이행에 매몰돼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면 안 된다.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오래도록 유지돼 온 학교 체제를 갑자기 바꾸는 일은 더욱 그렇다. 현 정부 교육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이 모토대로라면 자사고가 특권 교육을 받는 탓에 일반고가 피해를 받는다는 식의 주장은 정부가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자사고와 일반고 모두 우리의 아이다. 이들이 함께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자사고 정책과 일반고 활성화 정책을 기대한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자사고 지정 취소#상산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자사고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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