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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이중 잣대[현장에서/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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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이중 잣대[현장에서/김수연]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19-07-12 03:00수정 2019-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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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9일 자사고 8곳의 지정 취소를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자율형사립고가 입시학원? 대한민국에 ‘입시’ 상관없는 학교가 얼마나 됩니까?”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평가 대상인 자사고 13곳 중 8곳을 지정 취소하겠다고 9일 발표하자 학부모들이 쏟아낸 반응이다.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의 한계를 보완하고 교육과정을 다양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런 기대와 달리 대입 실적을 위한 국영수 중심의 학사 운영을 해온 자사고는 폐지돼야 한다는 게 교육청의 논리다.

학부모들은 “일반고의 현실이나 파악하고 그런 소리를 하라”며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대학 진학 실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일반고나 특목고, 자사고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반고의 ‘입시학원화’ 현상도 심각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학교마다 전교 상위권(20∼30등 안팎) 학생들을 모아 별도의 수업을 시키고, 상장 몰아주기를 하는 학급을 ‘진학반’ ‘특별반’ ‘심화반’이란 이름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수시입학 자료인 학생부 세부특기사항을 1∼2등급에게만 써주는 교사들이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는 학부모들 사이의 ‘헛소문’은 아닌 듯하다. A 자사고 교장도 서울 양천구의 한 학교를 콕 집어 말하며 “특목고도, 강남 8학군도 아닌 그곳의 진학 실적이 왜 좋은 줄 아느냐”며 “학교가 대놓고 ‘특별반’을 통해 잘하는 아이들만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시킨 게 아니다. 이렇게 변칙으로 운영되는 일반고에 실망한 학부모들이 그나마 낫다는 자사고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시학원’으로 변질된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은 어떨까.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진학 실적이 안 좋은 일반고가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을 펼치는 것일 뿐”이라며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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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반’ ‘심화반’을 운영하며 진학 실적 높이기에 고군분투하는 일반고의 모습을 비난하긴 어렵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르는 한국 사회에서 남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가려는 욕망은 학교 형태와 관계없이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술인을 양성하는 특성화고에서조차 명문대 진학자 명단이 플래카드로 걸리는 게 현실이다. 일반고의 입시 전용 특별반과 심화반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자사고는 ‘입시학원’이라며 지정 취소 절차를 밟는 교육청의 이중 잣대가 진짜 문제가 아닐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양반이 양반제 폐지를 주장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말했던 것이 최근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두 자녀를 모두 외국어고에 보냈으면서 ‘특권학교 폐지’를 외친 그가 했던 변명이다. 자사고 취소 사태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은 “동화 속에 갇혀 뜬구름 잡는 ‘교육평등’을 외치지 말고,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잘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sykim@donga.com
#서울시교육청#자사고 지정 취소#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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