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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횡설수설/우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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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횡설수설/우경임]

우경임 논설위원 입력 2019-07-12 03:00수정 2019-07-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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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2일 새벽 인천공항. 미국 시민이 되어 20여 일 만에 돌아온 가수 유승준 씨가 ‘STEVE SEUNG JUN YOO’라는 이름이 적힌 여권을 입국심사대에 내밀었다. “스티브 유, 입국이 금지됐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우리나라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입국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영어로 통보했다. 공항에서 6시간 넘게 대기하던 유 씨는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그리고 17년 동안 예비 장인상을 치른 3일을 제외하곤 한국 땅을 밟을 수 없었다.

▷1997년 샛별처럼 등장해 ‘가위’ ‘나나나’ 등 여러 히트곡을 부른 인기 절정의 댄스가수가 그렇게 사라졌다. 평소 반듯한 언행으로 ‘아름다운 청년’이라 불렸던 그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는 당연히 가야 한다”고 공언했다. 막상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게 되자 귀국보증제도를 통해 해외 공연을 핑계 삼아 출국했다가 돌연 한국 국적을 버렸다. 국민정서법에 딱 걸렸고 여론이 들끓었다. 법무부는 “국방의 의무 기피 풍조를 심어주는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입국 금지를 결정했다.

▷2015년 유 씨는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소송을 냈다. 당시 만 38세로 병역이 면제되는 해라 그의 입국 시도는 더욱 논란이었다. 그해 5월 인터넷 방송을 통해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며 무릎까지 꿇고 사과했으나 여론은 싸늘했고 1, 2심에서도 잇달아 패소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11일 “비자 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전화로 비자 발급 거부 사실을 통보하는 등 절차가 적법하지 않고, 그 행위에 비해 비자 거부가 과하다는 취지다. 정부는 유 씨의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생겼다는 소식에 유 씨는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최근 강원 철원 군부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른 더위에 두꺼운 저격수용 위장복을 입은 앳된 군인이 유독 힘들어 보여 눈길이 갔다. 힐끔힐끔 그를 보며 이들이 바치는 귀한 젊음을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 아닌지 자꾸만 미안해졌다. 유 씨의 행적은 이처럼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음을 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그 분노가 깊고 오래가는 것일 터. 병역을 기피한 고위공직자 자녀나 연예인이 수두룩한데 가혹하다는 여론도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입국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68.8%였다. 43세 그에게 입국심사대의 문이 열리더라도 국민 마음의 문까지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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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유승준#입국금지#한국 국적#스티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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