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국제사회에 핵 협박” vs 이란 “美, 가학적 경제테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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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이사회서 가시 돋친 설전
美 “이란, 협상 나서야 제재 벗어나”… 이란 “美, 불법 제재로 주권 강압”
이란, 英유조선 나포 시도했다… 英 구축함 경고받고 물러나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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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1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긴급 이사회에서 ‘핵 협박’ ‘가학적’ ‘경제 테러리스트’ 같은 원색적 표현으로 충돌했다.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이날 이란 선박이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진로를 방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알자지라방송과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는 미국 요청으로 소집됐다. 이란은 7일 “2015년 핵합의 때 지정한 저농축(3.67%) 우라늄 농도 상한선을 넘기겠다”고 밝혔고 하루 뒤 농축도를 4.5%까지 높였다.

이 회의에서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깼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이란 제재가 비정상적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이어갔다. 카젬 가리브 아바디 IAEA 주재 이란대사는 “미국은 치외법권적 조치를 포함한 경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는 불법적이고 일방적이다. 이런 제재를 타국 주권 및 사유재산을 강압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가학적”이라며 “이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란이 국제사회를 향해 ‘핵 협박’을 하고 있다며 맞섰다. 재키 울컷 IAEA 주재 미국대사는 “이란이 제재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지 ‘핵 협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이란의 자세는 긴장을 해결하는 것보다 높이려는 목적이 명확하다. 이란의 벼랑 끝 전략은 현재의 곤경을 해결하지 못하고, 제재 해제를 가져오지도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동 외교가에선 IAEA 긴급 이사회에서 미국과 이란이 상대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만 확인했다고 평가한다. 또 두 나라 간 갈등으로 촉발된 걸프 해역의 긴장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은 이날 3척의 이란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호의 진로를 방해하려 했지만 영국 해군의 소형 구축함 ‘몬트로즈’가 경고하자 물러났다고 밝혔다. 미 CNN 등은 이 배에 접근한 이란 선박이 5척이며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속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이달 4일 영국 해군이 유럽 남부 지브롤터 해역에서 이란 유조선을 나포한 데 대한 이란의 보복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시 영국은 이란 유조선이 유럽연합(EU) 제재를 위반하고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측은 11일 “지난 24시간 동안 영국을 포함해 외국 선박과 대치한 적은 없었다”며 유조선 나포 시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iaea 이사회#미국#이란#핵합의#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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