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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한파’ 前주한미군사령관 “2년전 DMZ 방문 고민 트럼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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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한파’ 前주한미군사령관 “2년전 DMZ 방문 고민 트럼프에…”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19-06-25 16:31수정 2019-06-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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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다면 2017년 가려고 했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DMZ 및 공동경비구역(JSA)을 보게 될 겁니다. DMZ는 더 이상 긴장과 대결의 상징이 아닐 겁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61·사진)은 2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가능성에 대해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화가 이뤄진 JSA에는 경비병 규모가 줄고 이동이 자유로워져 군사적 긴장감이 크게 완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는 한미 양국과 유엔사가 함께 협력한 결과이자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의 열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기 직전 방문하려고 했던 그 곳의 긴장감이 얼마나 높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2016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지한파’ 브룩스 전 사령관이 퇴임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포럼의 패널로 등장한 그는 기자와 만나 한미 군사동맹과 북핵 등 현안을 물론이고 한국에서의 경험 등에 관한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 DMZ 방문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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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전 사령관은 2017년 11월 취임 후 첫 방한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DMZ 방문을 강력 권유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헬기를 탔던 미군 최고위 인사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브룩스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한국 측으로부터 예정에 없던 DMZ 방문 제안을 받고 참모들 사이에서는 가야 할지 여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고민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이에 그는 “네, 가셔야 합니다. 직접 보시면 (DMZ 방문 직후 예정된) 한국 국회 연설에도 더 힘을 실어주게 될 것입니다”라고 강력 권유했다고 털어놨다.

짙은 안개 때문에 헬기가 뜨지 못한 채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는 수없이 시계를 쳐다보며 국회 연설까지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를 점검해야 했다. 간신히 출발했던 헬기는 기상악화 때문에 결국 10여 분 만에 방향을 돌렸다. 그는 “옆자리의 대통령도 매우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두고 “매우 좌절스러운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남북 군사합의 조율 과정에도 참여한 핵심 관계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당시 남북군사합의가 북한 목선 남하 등으로 불거진 대비태세 약화 논란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정책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와 군사적 현실은 분리해야 한다”며 “누군가의 실수 혹은 책임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지 전체 (감시) 체계나 기능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양국 군이 북핵 협상 및 대화에 참여하는 ‘군사 외교(military diplomacy)’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미 군사당국이 기존의 대북 압박을 유지하되 북한 군 당국과 유해 송환 및 남북 군사합의 등을 놓고 직접 소통하며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를 잊지 말라고 권유했다.

● 2017년 화염과 분노 당시 ‘보호막’도 작용

과거 한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던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 언급은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의 말이었다”며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당시 내 발언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어떤 선택이 우선순위에 있는지는 상황마다 다르다. 현재 군사 대응 필요성은 줄어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당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시 고조됐던 긴장 수위나 군사적 준비 상황 등을 생각해보면 전쟁에 가까워져 있었던 게 맞다”면서도 “미국이나 한국, 북한, 유엔은 물론 주변국들이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호막‘도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보호막이 결과적으로 북-미 양측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최근 북-미 회담 교착 상황에 대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이 크게 손상됐기 때문에 이를 다시 세우기 위한 일련의 단계와 과정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5월 두 차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달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체면 세우기‘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잠겼던 (협상) 문이 다시 열리고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핵 포기‘란 전략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주저 없이 “그렇다”고 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김 위원장은 경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 상태를 다음 세기에도 이어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에 그리 좋은 친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거진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강력 비판하며 “경제란 무기를 앞세운 중국의 한국 ’공격‘이었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해오던 전형적 수법이자 중국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의 그런 공격을 견뎌낸 것을 동맹국으로써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묻자 “어떤 결정이든 동맹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에 연관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 애국가 4절까지 부르는 지한파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이날 자신이 받은 한국 이름(박유종)을 얻었고, 애국가를 한국어로 4절까지 부르는 얘기를 언급하는 등 친한파 인사로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했다.

그는 “당시 유명한 몇몇 스님들이 한국 이름을 지어주셨다. 내 성격과 스타일 등을 분석해 거기에 어울리는 이름을 만들어주셨다고 해서 감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자에게도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유종입니다”이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애국가에 대해서는 “처음에 부를 때에는 한국어 가사가 행사장 대형 화면에 떠 있어서 그걸 보고 불렀다”며 웃었다. 그는 “어느 행사에 가도 한국인들은 애국가를 부른다. 그런 모습을 정말 존경한다”며 “나 역시 애국가를 처음 듣고 피부가 곤두서는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에 대한 깊은 사랑(deep love)을 느낀다. 짧은 시간에 발전과 번영을 이뤄낸 한국에 존경과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로 깊은 애정을 과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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