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앞선 韓 기업에 내수 시장 빼앗길라…中 “한국 전기차 배터리 경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2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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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국 전기차 배터리 경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풀었던 친환경차 보조금이 2020년에 예정대로 중단되면 기술력이 앞선 한국 기업에 내수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이 계속 악화될 경우 보조금 연장 등 자국 기업 보호조치 카드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문매체인 ‘동력전지망(動力電池¤)’은 최근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올해 총 투자규모 10조 원 가운데 40% 이상이 중국 시장과 관련됐다”며 “앞으로 한국 업체들의 중국 내 인수합병(M&A), 공장 건설이 더욱 빈번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중국보다 배터리 기술이 우위에 있는 한국 기업이 자국 내수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매체는 “국내(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니켈 함량이 80%인 NCM811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미 NCM 91/21/2(니켈 함량 90%) 개발을 공언했다”고 설명했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전력 밀도가 높아져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늘어나지만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아직 이 정도 기술 수준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올 2월에도 다른 현지매체인 제일재경(CNB)은 ‘아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시장 확대를 통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의 올해 중국 투자 규모는 작지 않다. LG화학은 난징 제2배터리 공장 신설과 난징 제1공장 증설에 약 2조7000억 원을 쏟아 붓는다., 삼성SDI도 1조 원 이상을 들여 중국 시안에 제2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창저우에 짓고 있는 합작공장에 이어, 추가로 5800억 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을 짓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국 내부의 한국 배터리 경계론이 자칫 또 다른 보호정책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2020년 보조금이 철폐되면 경쟁에서 밀릴 것을 두려워하며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도 불안감을 더하는 요소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등 중대형 배터리를 통해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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