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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 쇼윈도 외교장관 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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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 쇼윈도 외교장관 강경화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19-05-27 03:00수정 2019-05-2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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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장관, 일개 장관 아니다… 취임 2년 돼도 ‘패싱’ 소리 비정상
공로명 “장관 때 수시 대통령 통화”… 日, 최고 판사 1명 외교관 충원
외교, 정권 따라 널뛰면 안 돼… ‘첫 여성 외교’ 영예로 만족하길
박제균 논설주간
위 제목을 달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먼저 대통령 같은 권력자도 아니고 장관 한 사람을 콕 집어 제목으로 비판하는 것이 지나치지 않은가, 하는 인간적 고민이 앞섰다. 다음으로는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양복 상의를 흔드는 퍼포먼스에서 강조했듯, 흔들리는 장관보다 흔드는 청와대를 비판해야 온당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제목 그대로 가기로 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외교를 다루는 주무 장관은 일개 장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외교장관(Foreign minister)에 국가수반에 버금가는 위상을 부여하고 그에 합당한 외교적 예우를 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정도 크기에, 세계 4강에 둘러싸인 나라에서 외교장관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올 초 한 인터뷰에서 “이(문재인) 정부의 모든 거버넌스(governance·통치 방식)는 청와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스마트한 사람인데 지금은 인형같이 존재감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의 ‘외교부 패싱’ 문제를 지적한 외교 원로의 고언(苦言)이지만, 이 말에 누구보다 아파해야 할 사람은 강 장관 자신이다.

이제 곧 장관 취임 2주년이다. 취임 초에는 업무가 손에 익지 않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2년이 다 되도록 ‘외교부 패싱’ ‘강경화 패싱’ 얘기가 나오는 건 정상이 아니다. 과거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외교부의 상왕(上王)이라는 소리가 나오더니, 이제는 김현종 안보실 차장이 좌지우지한다는 말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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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관이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청와대의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구나 ‘청와대 정부’로 불리는 이 정부에서 말이다. 그래도 과거에 어떤 장관들은, 특히 외교장관 가운데 몇몇은 청와대와 맞섰고, 필요하면 대통령에게도 직언을 했다.

최근에 간행된 공로명 전 장관의 구술 기록 ‘한국 외교와 외교관’에서 공 전 장관은 “장관으로 있는 동안에 대통령과 수시로 전화 연락을 하고, 대통령 주변에서도 제가 하는 전화는 항상 장벽 없이 대해줬다”고 술회했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과 ‘장벽 없이’ 수시로 전화 통화하는가. 오죽하면 강 장관이 롱런하는 건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과 달리 청와대에서 만만하기 때문이란 관측까지 나올까.

강 장관이 임명됐을 때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걸었다. 나도 그중 하나다. 특유의 선민의식에 빠져 외국과의 교섭보다 ‘부내(部內) 정치’에 치중했던 외교부. 그래서 한국의 외교 경쟁력을 떨어뜨린 외교부의 체질을 확 바꿔주길 바랐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어떤가. 장관부터 청와대에 휘둘리니까 외교관들이 선민의식은커녕 청와대 눈치나 보며 복지부동하고 정치권에 어디 줄 댈 데 없나 두리번거리는 지경이다.

그렇게 나온 한국 외교의 성적은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하다. 지금처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 중 어느 한 나라와도 가깝지 않은 적이 우리 역사에 또 있었을까. 무엇보다 한국 안보의 주축인 한미동맹이 흔들린다. 미일(美日), 중일(中日) 관계는 이보다 좋을 순 없는 요즘이라 더욱 대비된다.

한국 외교의 참혹한 성적표는 ‘청와대 외교’의 실패다. 외교를 남북관계의 종속변수처럼 다룬 데 따른 자업자득이다. 특히 외교는 정권에 따라 널을 뛰어선 안 된다. 최악으로 치달은 한일 관계가 이를 반증(反證)한다. 청와대가, 통치권자가 그러려고 하면 이를 막아서야 하는 쪽이 외교부요, 외교장관이다. 일본에선 우리의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 판사 가운데 1명은 반드시 외교관 출신으로 충원한다. 외교가 내치(內治)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한 방편이다.

강 장관은 틀이 좋다. 특유의 흰머리 카리스마에 여성 팬도 많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 카드로도 거론될 정도다. 정치에 뛰어드는 건 무방하지만 외교장관으로선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만족함을 알고 멈추기를 바람)했으면 한다. 계속 자리에 연연하다간 한국 최초 여성 외교장관의 영예가 여성 외교수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바뀔까 두렵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강경화 외교장관#한국 외교#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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