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골프’였던 6년 전 日 무대로…30대에 새로운 전성기 맞은 신지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6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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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어에서 활약하는 신지애(31)는 요즘 꽃꽂이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전문적으로 꽃꽂이를 배운 건 아니다. 항상 웃는 얼굴에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그는 대회 출전 때마다 일본 현지 팬들로부터 20~30개의 선물을 받는다. 특히 꽃 선물이 많다. 신지애는 14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선물에는 보내주신 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지 않나. 받은 꽃들로 내 방식대로 장식을 해보기로 마음먹고 시작했다. 덕분에 집안이 항상 꽃으로 가득 차 있다”며 웃었다.

어느덧 30대로 접어든 신지애는 요즘 들어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골퍼로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하면 팬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30대에 맞은 새로운 전성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었던 2013년까지 그에게 삶이란 곧 골프였다. 집은 잠을 자고, 물건을 놓아두는 창고와 같았다.

하지만 2014년부터 일본을 주 무대로 뛰기 시작하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일본 도쿄에 집을 마련한 그는 “3일짜리 대회가 많은 일본에서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쉬는 날은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면서 평범하게 지낸다. 대회가 없는 기간에는 온천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고 했다.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 에비앙 마스터스를 앞두고는 인근 스위스로 여행 갈 계획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연습벌레인 그는 “요즘도 꿈을 자주 꾸는데, 80%는 경기를 하는 꿈이다. 무의식중에도 경쟁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게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경쟁 속에 사는 것도 즐겁다”고 했다. 특히 좋아진 것은 집중력이다. 그는 “예전에는 결과를 생각하고 공을 쳤다. 하지만 지금은 한 샷 한 샷에 집중을 한다. 경험이 쌓였다고도, 노련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안 될 때는 더 많이 연습한다”고 했다.

삶과 골프가 균형을 잡으면서 그는 올해 다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달 15일 스튜디오 앨리스 레이디스오픈에서 역전 우승으로 첫 승을 거뒀고, 29일 끝난 후지산케이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는 7타차 대역전승을 거뒀다. 15일 현재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다승(2승), 랭킹 포인트(163점), 상금(4310만 엔), 평균 타수(70.5579개), 톱10 횟수(6회)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나누는 게 행복

지난해부터 그에게는 새 동반자가 생겼다. 유기견이었던 라임이다. 그는 “지난해에 알고 지내던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 파양된 강아지가 있다고 알려오셨다. 친구들과 상의 끝에 내가 키우기로 했다”며 “대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누구보단 반가워해 준다. 나도 큰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의 소중함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대회장에서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팬들께도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는 1~2분의 시간을 내는 것일 뿐이지만 그분들께는 평생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지애의 올해 목표는 최초로 한미일 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것이다. 이미 한국과 미국에서는 상금왕에 올랐고, 일본에서는 지난해와 2016년에 2위를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지금처럼 좋은 마음가짐과 열의를 가지고 골프를 치는 게 진짜 하고 싶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행복한 골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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