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보통신 보호’ 국가비상사태 선포…中 화웨이 정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6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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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위협으로부터 정보통신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정부는 대이란 제재 회피 혐의로 기소된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도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압박의 끈을 다시 조이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 전쟁’에서 비관세 분야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이 외국 적대세력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와 서비스를 금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 행정명령은 미국 내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위협에 대응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의 국가안보나 미국민의 안전과 보안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제기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한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따라 상무부는 150일 이내에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중국이나 화웨이 등 특정 국가로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5G(5세대) 네트워크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과 화웨이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앞두고 미 통신기업 임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미국이 5G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유럽 등 동맹국들이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미 정부기관에서 화웨이 및 중국 통신회사 ZTE 장비를 쓰지 못하게 하는 국방수권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상무부는 행정명령이 서명된 직후 대이란 제재 회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 목록에 등재되면 미 기업과 거래하기 위해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칩 등을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화웨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 전쟁을 넘어 ‘비관세 분야’로 확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미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미래 어느 시점에 중국을 방문할 것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중이 협상 재개 일정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주 미국 협상단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이 중국과 협상 재개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중국과 화웨이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는 정보통신 인프라 보호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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