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反中표심에 화들짝… 中과 거리두는 亞지도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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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빚더미 인니 조코위… 中수주사업 지연 선거이슈로
필리핀 두테르테 태도 급변 “분쟁섬 건드리면 자살공격”
‘모디노믹스’ 中도움받던 모디… 26~27일 일대일로 포럼 불참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등 선거를 치르고 있거나 앞둔 아시아 각국에서 중국 이슈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CNN 등이 보도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기대하며 중국과 손잡기를 시도해 왔던 각국 지도자들이 유권자들의 ‘반중(反中) 표심’에 기존 노선을 수정하는 등 ‘친중 이미지’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17일 사상 최초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친(親)중국 성향의 조코 위도도(조코위·57) 현 대통령이 재집권할지 관심이다. 2014년 10월 취임한 그는 중국의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사업 참여 등 중국과 밀착한 각종 사업으로 군사령관 출신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67)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이틀 전 SCMP는 중국이 수주한 인도네시아 자바섬 고속철도의 건설 지연과 해당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 문제가 이번 선거에서 논쟁의 중심에 있다고 전했다. 조코위 반대파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일대일로로 인도네시아를 빚더미에 빠뜨렸으며 중국 등 외국에 이권을 팔아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을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인도네시아인은 66%에 달했지만 2018년에는 53%로 떨어졌다. 일부 소셜미디어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서 중국과 친하다’는 가짜뉴스도 돌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조코위 대통령은 인구의 87%인 무슬림 유권자를 의식해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순례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다음 달 13일 총선을 앞둔 필리핀에서는 중국에 대한 태도가 드라마틱하게 변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74)이 관심을 받고 있다. 2016년 6월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친중 노선을 펼치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올 들어 급변했다. 그는 4일 대규모 중국 선박이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는 남중국해 티투섬(중국명 중예섬, 필리핀명 파가사섬) 인근을 항해하자 “중국이 파가사섬을 건드리면 필리핀군에 자살 공격 임무를 지시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필리핀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연합훈련도 벌였다. 이번 연합훈련에는 미국의 F-35B 스텔스 전투기도 동원됐다. 이 역시 필리핀 내 거센 반중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에서는 최근 반중 시위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달 11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장장 6주간 총선을 치르는 인도도 사정이 비슷하다. ‘모디노믹스’ 등 경제 성장 정책을 추진하며 중국과 손잡았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69)도 최근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국경을 맞댄 중국과 인도는 과거 접경지역을 두고 오랜 갈등 관계였지만 모디 집권 후 경제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 역시 선거에서 야당의 주된 공격거리가 됐다. 모디에 맞서는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49)는 모디 총리에 대해 “약한 모디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두려워한다”며 공격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인도 정부는 이달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다만 선거 기간에는 중국에 등을 돌릴지언정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선거 후 누가 집권해도 중국에 대한 태도가 다시 우호적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BBC는 “인도네시아 대선 승리자는 경제 성장률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도네시아의 미래 성공 여부는 공약이 무엇이든 중국과의 관계를 탐색하는 데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선거철#필리핀#두테르테#모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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