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에어부산-에어서울 ‘통매각’… 2조 인수자금이 최대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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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아시아나 매각]새 주인 찾기 본격 시동


자금난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을 통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이제 누가 ‘새 주인’이 될지에 쏠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주식 인수 대금뿐만 아니라 경영 정상화 비용 등 2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SK, 한화 등 자본력과 신용도를 갖춘 대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15일 오전 이사회 의결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수정 자구계획안을 KDB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수정 자구계획안 검토를 위해 이날 긴급회의를 연 채권단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 인수자금 2조 원 이상 될 수도

수정 자구안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기존 주식(구주·舊株) 매각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새 주인이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인수하고 금호산업이 가진 구주(33.47%)도 사들이는 것이다. 금호 측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항공 자회사를 묶어 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분리 매각보다는 ‘통 매각’이 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또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다시 못 박았다.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15일 종가 7280원 기준)은 1조4941억 원이며 금호산업이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5000억 원가량이다. 여기에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인수하고, 자회사까지 한꺼번에 사들이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 2조 원가량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을 즉시 매각하는 대신 금호 측은 채권단으로부터 5000억 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받는다. 이럴 경우 당장 급한 고비는 넘길 수 있다. 2월 말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금융권 차입금은 3조895억 원으로 이 중 단기성 차입금은 1조2240억 원이다. 당장 25일 만기가 도래하는 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란 결단을 내린 만큼 채권단도 회사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 규모를 나중에 더 늘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권단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연 산은 역시 M&A가 완료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하는 한편 채권은행들에 대출 회수 자제를 요청했다.


○ 막 오른 인수전

채권단이 금호 측의 자구안을 사실상 수용함에 따라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규제산업이라 진입장벽이 높고, 무엇보다 아시아나의 재무구조를 보면 한동안 유상증자 등 풍부한 유동성 공급을 해줘야 하는 만큼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SK그룹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시장에선 인수설을 부인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으로 영입할 무렵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나오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지난 2, 3년간 반도체, 정유사업의 호황으로 ‘실탄’을 쌓아둔 데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먹을거리 중 하나로 물류를 꼽고 있다”며 “M&A(인수합병)로 성장한 기업이라 ‘베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금이 많은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다른 회사를 인수(증손회사)하려면 지분을 100% 확보해야만 한다. 지주사인 SK㈜가 인수하는 게 정석이지만 SK㈜의 가용 현금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충분치 않다는 내부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인수 후보인 한화그룹은 항공엔진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갖고 있지만 현재로선 인수 의향이 없다. 한화 관계자는 “항공기 엔진, 방산 사업과 물류·여객 서비스업인 아시아나항공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애경그룹과 물류 사업을 하고 있는 CJ그룹도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이나 사모펀드(PEF)가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지만 현행 항공법은 외국인이 사실상 사업을 지배하는 것을 불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M&A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이날 “아시아나가 작은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여러 달 걸릴 것이고 시간이 가변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하는 채권단으로서는 M&A 지연 시 출자전환 등을 통해 지분을 직접 보유해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소수 주주가 지배주주 지분까지 끌어다 제3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드래그 얼롱’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장윤정 yunjung@donga.com·변종국·조은아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아시아나항공 매각#인수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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