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넘은 법관 겁박… ‘김경수 법정구속’ 판사 신변보호 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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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불신 커져 판사들 보호요청 급증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를 1심 선고 당시 법정 구속한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5기)가 법원으로부터 신변보호 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올해 법관에 대한 신변보호가 실시된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근무 당시인 올 1월 30일 ‘댓글 여론조작’ 공모 혐의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 측은 1심 선고 직후 성 부장판사의 출퇴근길에 법원 방호원을 동행시켜 신변보호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된 후 성 부장판사 앞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조화(弔花)가 배달되는 등 판사 개인에 대한 위협이 이어졌다. 김 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성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 재직 중 대법원장 비서실 소속 판사로 근무한 이력을 언급하며 ‘사법농단 적폐세력의 조직적 반격’이라고 비판했다. 성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당 차원의 재판 불복 운동이 거셌다.

앞서 선고 당시 법정은 재판부를 비난하는 김 지사 지지자들의 고성으로 가득 찼고, 법원 방호원은 방청객이 법대 쪽으로 오지 못하게 제지했다. 공소 유지를 담당했던 허익범 특별검사팀 소속 관계자들도 당시 지지자들을 피해 법관 이동 통로를 이용해야 했다.


대법원은 2007년 1월 이른바 ‘석궁 테러 사건’ 이후 법관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법질서 문란 행위를 막기 위해 2008년 1월 ‘법관 신변보호 관련 내규’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내규에 따르면 각급 법원의 신변보호 총괄책임자와 신변보호협의회는 직권 또는 판사의 요청으로 법관 신변보호 조치를 취한다.

각급 법원은 신변보호가 급박한지 등을 따져 단계별로 △개인 경호 △가족 및 자택 경호 △경찰관 파견 요청을 결정한다. 성 부장판사 소속이었던 서울중앙지법은 경찰 측에 인력 파견을 요청하지는 않았다. 성 부장판사가 신변보호를 법원 측에 직접 했는지, 서울중앙지법이 직권으로 신변보호 조치를 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성 부장판사는 인사발령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서울동부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법관 신변보호는 단 1건도 없었고, 2017년에는 1명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건으로 늘어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장이었던 김세윤 수원지법 부장판사(52·25기)와 배석판사 2명 등은 지난해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에 불만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의 돌발 행동으로부터 신변보호가 필요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정치적인 사건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찾아온 피고인이 “A 판사를 만나면 칼로 찌르겠다”는 말을 하자 A 판사는 법원 측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피고인이 판사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해 법원이 신변보호를 결정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내규가 생긴 지 10년이 넘었지만 법관이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면서 “최근 신변보호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법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법원은 법관들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하되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지 yeji@donga.com·이호재 기자
#법관 겁박#김경수#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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