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난 속 ‘강사법 폭탄’ 떠안은 대학들의 절박한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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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국 139개 대학 총장들이 8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에 따른 해고대란을 막을 대책 마련과 함께 대학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장호성 대교협 회장(단국대 총장)은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재정 악화에 발목 잡혀 기본적인 교육기반 마련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대학의 현실”이라며 “가난한 대학의 토양에서 풍성한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지난 10년간 반값 등록금 시행으로 곳간이 빈 대학들은 올해 8월 강사법 시행이라는 시한폭탄까지 떠안았다. 강사의 신분과 처우를 사실상 전임교원과 동등한 수준으로 보장한 이 법이 시행되면, 시간강사 7만5000여 명 중 20∼30%가 해고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사 고용을 압박하고 있는 교육부는 정작 필요한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인 288억 원만 확보했을 뿐이다. 대학 살림이 넉넉해 강사 고용도 늘리고, 처우도 개선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미 대학 재정은 한계에 다다랐다. 2009년 대학 등록금이 국립대 평균 431만 원, 사립대 평균 708만 원이었는데 10년 동안 그대로다. 그동안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대학의 엄살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뜩이나 매년 대학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데 강사 해고로 학문 생태계까지 연쇄 붕괴한다면 대학의 미래는 암담하다. 교육부는 대학과 머리를 맞대고 적극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대학이 열악한 재정과 각종 규제에 꽁꽁 묶여 정부 지원 외에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어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한 대학 총장은 “대학이 발전하려면 강을 건너야 하고, 강을 건너려면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하고 기본을 갖춘 대학은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대학이 스스로 뛰도록 풀어줄 때가 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강사법#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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