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폭행 논란’ 예천군의회, 과거 해외연수 보고서 들여다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1일 22시 00분


코멘트
최근 해외연수에서 가이드 폭행 등 물의를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의 과거 해외연수 결과보고서가 대부분 블로그 등 온라인에 있는 각종 자료를 짜깁기 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예천군의회의 2015~2017년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인터넷 표절 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통해 분석한 결과 문서 표절 비율이 2015년은 82%, 2016년은 65%, 2017년은 45%로 나왔다. 이는 인용이나 출처를 밝힌 문장은 제외하고 검사한 수치다.

2017년 2월 2~6일 의원 9명과 의회 직원 5명이 예산 2212만 원을 들여 3박 5일 일정으로 라오스를 다녀온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보면 유명 관광지 탓루앙 사원을 소개하는 문장이 네이버 지식백과를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보고서에 “탓루앙은 매년 연말이면 국회의사당과 연결되는 광장을 중심으로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한 해 축제의 마지막임을 알리는 ‘탓루앙 축제’는 일주일간 준비하고 ‘왓시무앙(Wat Si Muang)’에서 출발한 행렬이 탓루앙에 도착할 즈음이면 절정을 이룬다”라고 적었는데, 이는 네이버 지식백과 ‘세계의 축제-라오스 탓루앙 축제’ 글의 문장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같았다.

같은 보고서의 라오스 국립박물관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한 여행사 홈페이지 자료를 그대로 붙여 넣은 뒤 맨 뒤에 “때 마침 초등 5학년 쯤 돼 보이는 학생들이 박물관 견학을 하고 있어 같이 한 컷 찰칵!!!”이라는 문장을 추가해 마치 표절이 아닌 것처럼 눈가림했다.

표절률이 가장 높은 2015년 중국, 홍콩, 마카오, 심천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한 문장 전체를 100% 베낀 동일문장이 무려 138개나 됐다. 연수를 다녀온 후기와 소감을 기록하는 ‘연수를 마무리하며’도 대부분 표절했다.

이 중 “현재는 농촌관광이 농촌체험과 축제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농가민박, 음식관광, 치유관광, 오토캠핑, 체재형 주말농장 등과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고, 농가 소득과도 직결될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적은 부분은 2012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도농상생을 위한 농업·농촌 가치의 재발견’ 연구보고서에 실린 논문 문장과 똑같았다.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연수를 다녀온 의원과 직원들이 함께 작성한 것으로 안다”며 “온라인 자료를 참고하다가 일부 문장을 무심코 가져다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3일 해외연수를 간 캐나다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박종철 의원(54)은 11일 예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 가이드와 군민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폭행 혐의를 시인했다.

예천군의회는 15일 의원 간담회를 열어 박 의원 제명을 위한 윤리특별위원회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한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예천군민들로 구성된 예천군의원전원사퇴추진위원회는 11일 예천읍 상설시장 앞에서 지난해 12월 캐나다 해외연수를 다녀온 의원 9명 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의회까지 2㎞ 거리를 행진했다. 예천군농민회는 9일부터 의회에서 의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예천=박광일기자 light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