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조센 징용’ 피해자도 위자료 소송 2심서 승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1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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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징용 피해자가 부상이나 신체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전범기업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판사 고의영)는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모(96) 씨가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히타치조센은 이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경북 영양군에서 거주하던 이씨는 1944년 9월 강제징용돼 일본 오사카 소재 히타치 조선소에서 5개월 가량 근무했다. 그러다 동양제약 앞 방파제 보수공사장에서 3개월간 노동자로, 다가스끼에 있는 터널공사장에서 3개월 가량 근무했다.

이후 일본의 항복선언으로 태평양전쟁이 마무리되자, 이듬해 9월께 밀항선을 타고 귀국했다. 이씨는 ‘휴일도 없이 매일 8시간 일본에서 일했지만, 집으로 보낸다던 급여는 받지 못했다’며 강제노역 등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2014년 11월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이씨의 청구권이 소멸됐는지 ▲이씨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 ▲1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 5000만원이 과한 액수인지 등이다.

앞서 1심은 이씨가 청구한 위자료 액수 1억2000만원 중 5000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이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고, 기업 측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지난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도 언급했다.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으로 볼 수 있는 3년 이내에 이 소송이 제기돼 문제 없다는 1심 판단과 같은 결론이다.

재판부는 위자료 금액 역시 “이씨가 강제징용돼 노역에 종사하다가 귀국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이 약 1년 정도”라며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어떤 부상이나 신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밝혀진 바 없다고 해도 일본국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조해 불법적으로 징용하고 이씨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원치도 않는 노역에 종사하게 한 불법성의 정도, 패전 이후에도 이씨를 방치해 이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밀항해 귀국했던 점, 70년 이상 기간이 경과해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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