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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 매각도 안돼” 휴업 유령점포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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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 매각도 안돼” 휴업 유령점포 는다

강승현 기자 , 황성호 기자 , 손가인 기자 입력 2018-12-21 03:00수정 2018-12-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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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면 손해 가게 두고 알바 뜁니다”, 서울 종로에만 유령식당 1150개
인상된 최저임금 적용 코앞에 숙박업-지방 자영업 줄도산 위기
지방 더 심각… “최저임금 차등을”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5)는 얼마 전 가게 문을 닫고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자신의 식당이 버젓이 있지만 사장이 아니라 종업원으로 일하기를 택했다. 이 씨는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손님이 줄어든 데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가게를 운영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면서 “가게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그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가게를 넘길 때까지는 개점휴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1, 2년 사이 영업신고를 하고도 실제로는 장사를 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의 ‘유령점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령점포는 인건비 비중이 높아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음식업, 숙박업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는 최근 사업자등록과 영업신고를 했지만 운영은 하지 않는 식당 1155곳에 대해 종로구청에 직권취소 요청을 했다. 유령식당들은 대부분 1, 2년 사이 문을 닫았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인건비 부담으로 장사를 하는 게 손해인 자영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운영을 중단한 것”이라며 “인수할 사람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요즘은 장사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유령식당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는 임차료나 빚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신고도 하지 않은 채 야반도주하기도 한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 역시 유령식당이 전년 대비 10%에서 많게는 20%까지 늘어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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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비중이 높은 숙박업계에도 ‘유령모텔’이 속출하고 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관계자는 “영세 모텔 중심으로 폐업신고는 안 했지만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업소가 늘고 있다”며 “불경기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숙박업계는 고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숙박업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업종 특성상 야간수당 등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객실이 평균 20개 이상인 숙박업소를 운영하려면 격일제로 근무하는 카운터 직원 2명과 청소직원 2명까지 최소 4명을 고용해야 한다.

인천 부평구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조준혁 씨(55)는 “불경기에 객실 요금도 낮아지면서 매출은 한 달에 1000만 원이 채 안 되는데 카운터 직원 2명에게 총 500만 원, 청소팀 2명에게 340만 원 등 총 840만 원을 준다”며 “여기에 세탁 비용 110만 원과 비품 비용 150만 원까지 생각하면 매달 100만 원 이상 적자를 보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24시간 업종은 인건비 감당안돼” 모텔 줄폐업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740곳, 2016년 739곳이었던 폐업 숙박업소는 지난해 929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10월까지 집계된 곳이 906곳이다.

서울에 비해 유동인구와 구매력 등의 차이가 큰 지방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10여 일 뒤인 내년 1월 1일부터는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의 최저임금이 시행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보완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60)는 “내가 운영하는 편의점 매출은 서울의 60% 수준”이라며 “유동인구나 소득이 지역마다 다른 만큼 최저임금도 지역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자영업자 폐업률을 기록한 광주를 찾았더니 이곳은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중고용품을 취급하는 업체만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방문한 광주 광산구의 한 중고용품 업체에선 창고를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업체는 식당이 폐점하면 나오는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을 사다가 세척한 후 다시 파는 곳이다. 식당들이 앞다퉈 폐업하다 보니 커다란 창고 안에는 중고 주방용품들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고 더 넣을 공간이 부족해지자 창고를 늘리고 있었다. 사장 이훈 씨(52)는 “새로 장사하려는 사람이 많아야 중고용품이 다시 팔리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많지 않아 판매가 잘 안 된다”며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해 준비만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7시쯤 찾은 광주 서구 상무민주로 일대는 곳곳에 ‘임대 문의’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 지역은 인근 주민들에게 ‘옛 호대(호남대) 뒤’라고 불리는 곳으로 젊은층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경기 불황으로 손님이 끊긴 식당들은 소주 1900원, 맥주 2900원 등 가격 인하를 앞세워 호객 중이었지만 거리는 썰렁했다. 상황은 시청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서구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했던 박모 씨(54·여)는 6월 식당을 접고 이달 18일부터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박 씨는 “직원 2명의 인건비가 한 달에 각 210만 원이었는데 내가 가져가는 돈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자영업자가 무너지는 쓸쓸한 모습은 서울과 지방이 다르지 않았다.

강승현 byhuman@donga.com / 광주=황성호 / 손가인 기자
#휴업 유령점포#최저임금 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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