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內 번지는 비핵화 회의론… “협상 실패 대비 플랜B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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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폼페이오 4차방북 이후 두달째 北과 협상 지지부진
협상 실패땐 美책임론 부상 우려
볼턴 “北이 1차회담 약속 안지켜… 트럼프, 2차 정상회담 추진”
강경파 나서 비핵화 진전 압박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박한기 합참의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육·해·공군 지휘관 등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 안보전략의 두 축은 평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강한 국방력”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박한기 합참의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육·해·공군 지휘관 등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 안보전략의 두 축은 평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강한 국방력”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한국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비핵화 프로세스에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요즘 미국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10월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 이후 지금까지 두 달가량 비핵화 협상 테이블조차 차려지지 않으면서 이러다가 김 위원장의 페이스에 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의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선 내년 이후에는 ‘플랜 B’는 물론이고 “이벤트만 벌이고 구체적인 비핵화를 한 게 뭐냐”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책임론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복수의 한미 외교소식통은 5일 “국무부와 백악관에 비핵화가 교착 국면을 넘어 실패할 경우 미국에 책임을 돌릴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고 있지만 실무진 사이에선 회의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교관 등 ‘늘공’들이 주축인 국무부는 조직 성격상 책임론을 피하려 초기부터 이런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백악관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기류라고 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위한 문을 열었고 이제 그들이 걸어 들어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다음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바라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 등은 대부분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북한이 지키길 기대하고 있다”고 해왔다. 그만큼 북한 특유의 시간 끌기와 ‘살라미 전술’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미국이 대북제재 예외 조치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닿아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한미 워킹그룹 회의 때도 미국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관계 개선 조치 중 남북 철도 연결 사업 사전 조사를 제외한 모든 요구에 예상보다 강하게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미국산 부품이 10% 이상 포함된 노트북 반입을 문제 삼자 정부 관계자가 “폼페이오 장관도 방북 때 노트북을 반입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조 대사가 워싱턴에서 만나는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과 싱크탱크 북핵 전문가 대다수가 ‘비핵화 회의론’에 젖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벤 카딘 상원의원(민주)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된 이후로 ‘진정한 진전’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2차 정상회담 개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물론 비관론이 워싱턴을 잠식한 것은 아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소식통은 “백악관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북한을 최대치로 압박한 뒤 북한이 어떻게든 비핵화의 길로 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은 여전히 갖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 그런 스탠스를 유지할지는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백악관#비핵화#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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