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노선 벌써 중단… 시민들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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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태풍이 온다]경북 429개 노선중 145개 조정 착수
영세업체 많은 마을버스도 위기… 준공영제 서울 버스는 영향 작을듯

대학원생 김모 씨(28·여)는 매일 광역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간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 근처에서 9003번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 용산구에서 내린다. 다시 144번 시내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한다. 왕복 3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등하교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타고 다니던 버스의 운행 간격이 길어지거나 막차 시간이 당겨질 수 있어서다. 그는 “지하철 노선이 마땅치 않아 버스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버스 이용마저 더 불편해지면 정말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은 영향 미미할 듯

다음 달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출퇴근이나 등하교 때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본보가 지방자치단체와 버스회사, 운전사를 취재한 결과 운전대를 잡을 사람이 없어 노선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승객들이 겪을 불편의 차이는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타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시 지원을 받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이미 주 45∼50시간 근무가 진행 중이다. 1일 2교대도 정착됐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지방의 운전사가 서울로 몰리고 있어 구인난 가능성도 낮다. 현재로선 운행 일정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경기는 일부 차질 불가피

경기지역 사정은 다르다. 앞으로 노사정 협상 결과에 ‘버스대란’ 여부가 달려 있다. 경기지역 전체 버스 1만500여 대 가운데 준공영제 대상은 637대(올 1월 기준). 최근 여건 좋은 서울 버스회사로 옮기는 운전사가 많다. 인력 유출이 계속되면 감차는 물론이고 승객이 적은 농어촌의 일부 노선의 폐지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의 한 시내버스회사 관계자는 “임금 손실분에 대한 지자체 지원이나 요금 인상 같은 대책이 없으면 20∼30% 노선의 감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대부분 수익성이 높은 노선이라 당장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측은 일부 노선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교통 대란’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 지방·마을버스는 이미 현실화
걱정은 지방이다. 경북의 시외버스회사 6곳은 지난달 전체 시외버스 429개 노선 중 145개(약 33%)에 대해 경북도에 조정을 신청했다. 경북도는 약 8%의 노선 변경을 받아들였다. 이미 운행횟수를 줄인 곳도 있다. 한 고속버스회사는 충북 청주∼옥천 노선 13편을 운행하다가 인력 문제로 지난달 7편을 중단했다. 나머지 6편도 ‘폐업 위기’를 주장하며 충북도에 중단을 요청했다.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마을버스도 비슷하다. 그나마 근무여건이 나은 서울과 경기권 버스회사로 인력이 유출되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중국동포 등을 급히 구하고 있다.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상당수 지방의 버스노선과 대도시 마을버스 운행은 ‘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자현 기자
#시외버스 노선#중단#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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