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 조작으로 꾸미려 ‘댓글 공작’… 민주당원 3명중 1명은 친노 온라인 논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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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 주장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3명이 구속됐다. 권리당원은 특정 기간 당비를 꾸준히 내고 있는 당원이다. 이들은 보수 진영이 반(反)정부 성향 여론을 조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네이버 기사 댓글의 추천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사이트 운영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김모 씨(48) 등 3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수사는 민주당이 1월 말 “조작 방식이 국가정보원 댓글 부대와 매우 흡사하다”며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하고 네이버도 수사를 의뢰해 시작됐다. 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월 17일 네이버에 게재된 ‘남북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한다’ 기사를 비판하는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했다. 자동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디(ID) 614개로 추천 수를 높인 것. 추천 수가 많을수록 댓글 리스트 상단에 배치되는 것을 노렸다.

이렇게 조작한 댓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국민들 뿔났다!!!’(추천 4만2390개),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추천 4만692개)는 약 3만1000개 전체 댓글 중 ‘공감’ 수 1, 2위에 올랐다.

출판사 동료인 이들은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시 회사 사무실을 경찰이 압수수색하자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를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다 긴급 체포됐다. 이들은 ‘보수 세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다’ ‘보수 세력이 사용한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해서 시험해 보려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여권 특정 세력과 함께 조직적으로 댓글 여론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온라인에서 유명한 친노(친노무현) 성향 정치 논객으로 통한다. 그가 2005년부터 운영한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가 982만 명이나 된다.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가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안철수 MB 아바타’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권 유력 정치인들 이름을 거론하며 친분을 주장했다고 한다. 한 현직 국회의원과는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전부터 수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정밀 감식하고 있다.

김 씨는 2월 초 온라인에 유출된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는 여론 조작 매뉴얼에도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작업 대상인 포털 기사 목록과 댓글 조작의 세부지침이 담겨 있다.

구특교 kootg@donga.com·권기범 기자
#문재인 정부#댓글공작#보수세력#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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