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國사회 바꿀 주52시간 근무, 생산성 제고 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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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추가로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했다. 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각각 8시간의 주말근무가 허용돼 사실상 최대 68시간의 근무가 가능했다. 정부가 일주일을 7일이 아닌 주말을 뺀 5일로 보고 ‘주말근무는 연장근로가 아니다’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여야 합의로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보건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에서 아무리 수당을 더 준다 해도 52시간 초과로는 일을 시킬 수 없다.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이번 개정안으로 기업은 당장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직장인 역시 야근과 휴일근무를 당연시했던 업무 관행과 직장문화를 바꿔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국가 중 한 곳인 한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크게 바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2008년 9월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주말근무는 연장근로이자 휴일근무인 만큼 평일근무 수당의 200%를 줘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환경미화원들은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3월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이 승소하면 주말 수당을 150%만 인정하는 정부 해석과 법원 판결이 달라져 노동 시장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여야가 연장근로에 토·일요일도 포함해 총 12시간을 넘길 수 없게 하고 할증률은 150%로 유지하는 개정안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대다수 기업에 큰 부담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고용 등을 통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2조1000억 원에 이른다. 현재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금형이나 도금과 같은 뿌리산업은 중소기업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2021년 이후에도 구인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수입이 줄게 될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합의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로 제도 도입과 중소기업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과 개인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국 사회에서도 ‘저녁이 있는 삶’이 현실화할 것이다.
#주52시간 근무#근로기준법 개정안#유연근로 제도 도입#생산성 향상#저녁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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