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박근혜 “‘법치’ 빌린 정치보복…재판 의미없어” 사실상 재판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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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사실상 재판 거부에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이 연장된 이후 첫 재판이 열린 16일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전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한동안 공전이 불가피해졌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6개월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하였는데 다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온 글을 읽어내려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끝으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며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하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 전문▼

구속되어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할 배신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던 공직자들과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하시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받는 모습 지켜보는 것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염려해주신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견뎌왔습니다.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하였습니다

저는 롯데, SK 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6개월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하였는데 다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습니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기를 바랍니다.

권오혁기자 hyuk@donga.com
이호재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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