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애교-미안해” 케이팝 인기 탄 한국어, 지구촌 유행어로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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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571돌 한글날]영어로 소개 용어 사전 1만부 팔려

‘애교(aegyo)’ ‘오빠(oppa)’는 기본이다. ‘kyopta(D타·귀엽다의 변형)’ 같은 신조어도 만들어낸다.

케이팝이 한글 세계화의 역군으로 떠올랐다. 해외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한국어 단어, 문장, 구절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글로벌 유행어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재미교포 1.5세대인 강우성 씨(사진)가 아마존닷컴을 통해 전 세계에 출시한 ‘케이팝사전’(KPOP Dictionary·팬덤 미디어)은 최근 판매량이 1만 부를 넘었다. ‘진짜’ ‘친구’ 같은 일상어부터 ‘철새팬’ ‘첫콘·막콘’ 같은 팬 용어, ‘복불복’ ‘양다리’ 등의 속어까지 케이팝과 한국 TV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낱말 500개를 엄선해 영어 발음과 영문 해설을 실은 책이다. 강 씨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버전을 추가하고 개정판도 내놓을 계획”이라면서 “1997년 미국으로 이주했을 때만 해도 ‘한국인은 중국어를 쓰느냐, 일본어를 쓰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케이팝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국의 한류 팬들이 가장 즐기는 한국어로는 ‘오빠’ ‘언니’ ‘막내’ 같은 호칭이 꼽혔다. 아이돌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이런 말들은 아이돌 그룹 내 서열을 가리키는 것은 물론 팬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호칭으로도 쓰인다”고 설명한다. 또 ‘사랑해’라는 말보다 ‘미안해’라는 말이 더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묘 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말하는 ‘미안해’는 한국 특유의 이국적 복합 정서를 부드러운 발음에 담아 케이팝 팬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고 했다.

‘애교(aegyo)’라는 말도 한때 케이팝 관련 포털 사이트 주소(aegyo.me)로도 쓰일 정도로 인기다. 아이돌에게 귀여운 표정이나 포즈를 강요하는 것에 대해 해외 팬 일부는 ‘특유의 정서가 귀엽다’는 입장인 반면, 일부는 ‘가학적 행위’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케이팝과 한류라는 넓은 ‘다차선 도로’가 생겼음에도 한글 세계화의 국가적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가수명의 로마자 표기법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미묘 씨는 “기획사와 가수마다 윤을 ‘yun’ ‘yoon’으로, 어를 ‘eu’ ‘eo’로 표기하는 등 통일되지 않은 이름이 야기하는 혼란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한 대학에서 개설한 ‘케이팝으로 배우는 한국어’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이런 커리큘럼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강 씨는 “해외 팬들은 ‘중국, 일본의 문자와 달리 한글이 독특하고 아름답다’고 한다”며 “한글 티셔츠 디자인 얘기가 나온 지도 수십 년이 됐는데 여전히 젊은 감각에 맞는 서체의 개발과 보급이 미진하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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