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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경력단절 공예작가들에 멍석 깔아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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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경력단절 공예작가들에 멍석 깔아줬죠”

박훈상기자 입력 2015-06-10 03:00수정 2015-06-1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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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년 리더]<4>수공예 모바일 쇼핑몰 운영하는 백패커 김동환 대표
스타트업 기업 백패커 김동환 대표는 1일 배낭여행자를 뜻하는 백패커로 회사 이름을 정한 이유에 대해 “돈이 없어도 도전정신으로 전진하는 배낭여행자의 정신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백패커 제공
“매년 공예 전공자 2만 명이 졸업하지만 전공을 살려 일자리 구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게다가 결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죠. 이들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1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스타트업 기업(신생 벤처기업)인 백패커 김동환 대표(33)의 목소리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강단이 묻어났다. 백패커가 지난해 6월 출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스닷미는 수공예 작가가 직접 만든 귀걸이 반지 목걸이 팔찌 등을 판매하는 핸드메이드 소품 전문 모바일 쇼핑몰이다.

문을 연 첫 달 거래액은 76만 원에 불과했지만 11개월 만인 지난달 월 2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누적 다운로드가 27만 건, 제품 조회는 1억1200만 회에 달한다. 참여 작가도 71명에서 현재 458명으로 늘었다. 인기 작가가 월 1000만 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등 현재까지 작가들에게 9억 원의 수익을 안겼다. 공예 전공자가 아이디어스닷미를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단녀(경력단절녀)’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됐다.

백패커가 작년 6월 출시한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스닷미’ 실행 화면. 백패커 제공
○ 사기꾼 취급도 받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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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스닷미가 성공을 거두기 전엔 작가들에게 사기꾼 취급도 여러 번 받았다. 김 대표는 소품을 판매할 작가를 모으려고 오프라인 장터를 찾아다니며 작가 100여 명을 만났다. 작가들은 손님인 줄 알고 반기다가 명함을 건네자 인상부터 찌푸렸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했다가 수수료나 납품한 작품만 날리고 쇼핑몰이 갑자기 문을 닫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 주변에서도 수공예 온라인 쇼핑몰은 상품성이 없다고 만류했다.

김 대표는 작가들을 설득하는 한편 철저하게 그들의 편의를 우선시했다. 웹 기반이 아닌 모바일 기반으로 아이디어스닷미를 만든 이유다. 그는 “손으로 늘 작업하는 작가들은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도 내기 힘든데, 스마트폰으로 판매할 작품을 올리고 구매자 관리도 할 수 있어 작업 중에 쇼핑몰을 관리하기 편리하다”고 했다. 수수료도 월 5만5000원만 받아 판매자 부담을 줄였다. 1개도 판매할 자신이 없으면 판매한 만큼 수수료를 낼 수 있다. 수수료를 챙기려고 마구잡이로 판매자를 모으기보다 사전 심사를 거쳐 제품 완성도가 뛰어난 판매자만 섭외해 경쟁력도 높였다.

지금까진 수공예 작가들이 자신의 소품을 판매하려면 오프라인 장터나 길거리에 무작정 좌판을 깔고 온종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소품을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시간이 부족했다. 새로운 시장을 찾게 된 작가들은 ‘지방에선 판매할 경로를 찾기가 더 힘들었는데 시장을 만들어주어 고맙다’ ‘판매가 부진해도 소비자에게 냉정하게 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 등 감사 메일을 백패커에 보내온다.

○ 집회 현장에서 키운 꿈

김 대표는 2000년 한양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세상이 아름다운 줄 알고 살았는데 대학에 들어와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학생운동에 열심히 참여했다. 각종 집회 현장 맨 앞에서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치다가, 훗날 사면됐지만 전과 기록도 남았다. 2학년 1학기엔 전 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지만 현장에서 학교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배웠다. 그는 “집회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 농민은 다들 능력도 의식도 있었지만 사회적 약자란 이유로 많은 핍박을 받았다. 그때부터 실력 있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2008년 대학을 졸업한 후 대형 포털사이트 업체에서 서비스기획 업무를 했다. 사내 분위기는 자유롭고 일도 재밌었지만 커다란 조직 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 있었다. 1년 반 만에 회사를 나와 한창 모바일 분야를 개척하던 스타트업 기업 인사이트미디어로 자리를 옮겼다. 스마트폰 열풍 속에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3년을 일하고 회사가 시스템으로 잘 굴러가는 것을 보고 새로운 걸 하고 싶어 미련 없이 관뒀다.

이후 2012년 11월 100만 원으로 개발자 김동철 씨(31)와 함께 백패커를 창업했다. 백패커는 ‘푸시 단어장’ ‘굿슬립’ 등 유료 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2013년 6월엔 직원들과 함께 45일간 베트남,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4개국 20개 도시를 돌며 여행도 하고 일도 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개발한 유료 앱으로 회사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 오래 소원하던 아이디어스닷미를 출시하고 성공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우리 공예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만큼 토양이 비옥하다. 손재주가 뛰어난 한국 공예 작품을 미국, 일본 등지에 알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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