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동 장치에 ‘짝퉁 부품’ 끼고 300km로 달리는 KTX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7일 03시 00분


원자력발전소의 납품 비리에 이어 고속철도(KTX)에도 가짜 부품이 1만7521개나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제 프랑스산 순정(純正) 부품 대신 국산 짝퉁 부품을, 신형 부품 대신에 재고 부품을 납품한 협력업체 임직원 등 14명을 기소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열차의 제동 장치와 관련된 부품이었다니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임직원은 뇌물을 받고 납품 정보를 흘린 혐의로 구속됐다.

KTX는 잦은 고장으로 ‘고장 철’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서울발 부산행 열차가 기관차 고장을 일으켰고, 7월에는 부산발 서울행 열차가 멈춰 승객들이 깜깜한 터널 속에 1시간 이상 갇혔다. 코레일 측은 “KTX 1대(20량)에 20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1만7000여 개의 부품은 극히 일부여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는 2010년 볼트 하나의 결함 때문에 공중 폭발했다. 비리와 관련되어 있는 부품들은 하나하나 조사를 해서라도 성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KTX에서는 작년 3월에도 부품 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그동안 달라진 게 없었다는 얘기다. 허위 납품과 서류 조작을 없애려면 부품 국산화도 서둘러야 한다.

코레일은 공기업 방만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빚이 11조6112억 원이나 되고 한 해 이자로만 4243억 원이 나간다. 작년에 당기순손실이 2조8000억 원이나 됐는데도 지난해 585명, 올해 108명을 특별 승진시키는 ‘잔치’를 벌였다. 노조는 툭하면 민영화 반대 시위를 하고, 사장들은 노조 눈치를 보며 복지 혜택을 늘려 준다. 경영 부실에 따른 손실은 국민 호주머니에서 메워야 한다.

코레일의 경영 실패는 역대 정부마다 대선 공신을 사장에 앉히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전문성이 없다 보니 부실과 방만 경영이 관례화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취임한 최연혜 사장은 대전 지역에서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철도청과 한국철도대학에 오래 근무해 전문성은 높은 편이다. 그가 코레일의 대대적인 경영 쇄신과 함께 부품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코레일#KTX#가짜 부품#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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