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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 그녀들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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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 그녀들이 돌아온다

동아일보입력 2013-10-02 03:00수정 2013-10-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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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리턴 맘 바리스타 입사식’에 참석한 전직 점장, 부점장 출신 주부들. 왼쪽부터 김정미 씨, 김희선 씨, 홍연숙 씨. 이들은 “가족들의 격려가 다시 일터에 나오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 한때는 스타벅스의 잘나가던 女점장이었답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일터를 떠날 때만 해도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죠. 시간 선택제 일자리! 참 고맙습니다. “일하는 모습이 예쁘다”며 이력서 작성을 도와준 남편도 참 고맙습니다. 》

“이제 내 자리에 온 것 같아요.”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리턴 맘(Return Mom) 바리스타 입사식’에 참석한 주부 홍연숙 씨(37)와 김희선 씨(35), 김정미 씨(34)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입을 모았다.

출산, 육아 때문에 퇴사한 여성들을 다시 채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한국지사인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날 전직 점장, 부점장 출신 기혼여성 18명을 다시 고용했다. 이들은 부점장으로 배치돼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게 된다. ‘시간제 근무’를 하지만 상여금, 성과급, 의료비, 학자금 지원 등 혜택은 정규직과 거의 같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앞으로 100여 명의 여성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 직장 복귀 격려해준 건 ‘가족’

이들은 모두 퇴직 전 7∼9년의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하지만 결혼과 육아, 출산 등의 이유로 5, 6년간 일을 쉬었다. 일터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때 힘을 준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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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만안구 스타벅스 안양1번가 점장 출신인 홍 씨(2009년 퇴사)는 “아이를 낳아 기를 때는 즐거웠지만 내가 있을 곳이 집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며 “그러던 중 친정어머니가 신문에 난 채용 기사를 보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2남 1녀의 엄마 김정미 씨(2007년 퇴사)는 남편이 이력서 작성을 도와줬다. 그는 “‘커피숍에서 일하던 모습이 제일 예뻤다’고 남편이 말해준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남편은 김 씨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스타벅스 남부터미널점에서 점장을 할 때 단골 고객이었다.

이들은 쉬면서 각종 자격증을 따고,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다시 일터에 나갈 꿈을 꿨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집에만 있다 보니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김정미 씨는 “아이를 낳고 회사를 다니면 아이를 돌보느라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회사를 그만뒀다”면서도 “하지만 나중에 후배들이 승진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극을 받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업 주부로 남편 월급만 갖고 생활을 꾸리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이들이 일터로 다시 나온 중요한 이유다. 이들의 월급은 ‘현역’ 시절의 절반 수준이다.

○ 아이 키우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은 올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시간 선택제 일자리’ 정책의 일환이다. 시간 선택제 일자리란 직원의 희망에 따라 하루 4시간 또는 6시간 등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일자리다. 임금은 풀타임 근무자보다 적지만 4대 보험 가입 등 복리후생 측면에서 정규직과 차별 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외에 CJ그룹은 6월 ‘여성 리턴십(직장 복귀) 프로그램’을 도입해 5년간 일자리 5000개를 만드는 계획을 밝혔다. 1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50명의 여성들은 11월 정식 채용을 앞두고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최근 ‘4시간 근무 워킹 맘(Working Mom·일하는 엄마) 제도’를 만들어 올해 말까지 경력단절 여성 350명을 채용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기혼여성을 위한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기업들이 정부 정책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을 하면서 교육을 받고, 자기계발을 하는 등 시간제 일자리가 창조경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터로 돌아왔지만 나이 어린 직원들과 관계를 맺는 일 등 쉽지 않은 일이 한둘이 아니다. 김희선 씨(2007년 퇴사)는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더 좋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후배와 선배 간의 ‘완충 역할’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도 현장에서 즐겁게 일하는 ‘워킹 맘’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홍 씨는 “우리 사회에서는 출산, 육아를 위해 잠시 일손을 놓은 여성들의 이전 경력을 기업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기혼여성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미 씨는 “온갖 투정을 하는 아이들도 키웠는데 어떤 고객인들 대하기 어렵겠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스타벅스#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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