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기관총 발명가 이름 딴 상표? ‘호치키스’ 어원 정설 깨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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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근거없다” 사전적 정의 수정

“거기 호치키스 좀 건네줘.”

‘스테이플러(stapler)’를 한국과 일본에선 흔히 호치키스라고 부른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호치키스가 ‘스테이플러를 달리 이르는 말. 스테이플러 고안자인 미국의 발명가 이름을 딴 상표명’이라고 정의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발명가 호치키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영국 등 참전국가 대부분이 사용했던 기관총을 개발한 벤저민 호치키스(1826∼1885)를 뜻한다는 게 정설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탄창에 총알을 넣고 용수철의 반동을 이용해 탄알을 밀어내는 방식을 적용해 지금의 호치키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총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자 반성의 뜻으로 호치키스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그 같은 상식은 더이상 사실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국립국어원은 25일 “호치키스의 사전적 정의가 사실과 다르다는 민원이 제기돼 조사한 결과 스테이플러를 벤저민 호치키스가 만들었다는 증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호치키스의 사전적 정의를 수정한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처음 일본에 스테이플러가 들어왔을 때 제품 뒷면에 적힌 제조사의 이름이 ‘E.H. Hotchkiss’였으며 이 회사 창업자의 이름도 호치키스였다. 하지만 이 회사 창업자 호치키스의 정확한 이름은 조지 호치키스이며 기관총 발명가인 벤저민 호치키스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지와 벤저민 두 사람 모두 스테이플러의 실제 발명가는 아니다. 발명가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치키스의 사전적 정의는 ‘ㄷ자 모양으로 생긴 철사 침(針)을 사용하여 서류 따위를 철하는 도구. 미국의 상표명에서 나온 말이다’로 바뀌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어 규정, 한글 맞춤법 등의 어문 규정을 준수해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한국어 사전이며 분기마다 사전편찬위원회를 열어 표준국어대사전을 수정한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호치키스#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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