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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로 모신 乙… 롯데마트 ‘역지사지’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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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로 모신 乙… 롯데마트 ‘역지사지’ 특강

동아일보입력 2013-06-06 03:00수정 2013-06-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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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대리가 가장 甲 행세” 일침
롯데마트가 5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국광고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직원 240명을 대상으로 ‘갑을 교육 특강’을 열었다. 직원들이 일어나서 “우리는 을입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는 갑(甲)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갑일까요?”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한국광고문화회관 대강당. 강사의 도발적인 질문에 참석자들은 순간 귀를 쫑긋 세웠다. 상품 MD를 비롯한 롯데마트 직원 240명 앞에 선 사람은 롯데마트 자체브랜드(PB) 물티슈를 만드는 협력업체 ‘우일씨앤텍’의 이상업 부사장이었다.

그는 “유통업체의 신입사원이나 대리가 갑 행세를 가장 많이 한다”며 “마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학교 2학년생’처럼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 힘들다”고 말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20, 30대 대리급들. 다소 ‘센’ 발언에 여기저기서 “으흠” 하는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최근 ‘갑을 문화’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가운데 롯데마트가 4일부터 이틀 동안 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을 교육 특강’을 열었다. 협력업체 임원의 강연을 통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생각해 보고 직원들의 권위 의식을 없애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롯데마트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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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갑이 되기 위해 이 부사장은 “상대방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대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10여 년 전 소위 ‘갑’으로 불리는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 협력업체 직원에게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친절하게 말을 건넸는데 그 직원이 최근에 만나서도 그때 일을 이야기하더라”며 “상품 구매나 기획서 작성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라고 말했다.

교육은 적나라했다. 이 부사장과 함께 강연자로 나선 강민호 롯데마트 글로벌인재부문장은 “‘갑의 횡포’ 시리즈의 다음 주인공은 롯데마트 차례일 수 있다”며 “내일 아침 신문 헤드라인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완장 의식을 버리고 기업을 대표하는 공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패가망신’ ‘공멸’ 등의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참석자들 상당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특강은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 최근 한 직원이 나이가 많은 협력업체 직원에게 반말한 일이 내부에 알려지자 노 사장은 해당 직원을 2주간 대기발령 냈다. 직원들에게 매달 보내는 ‘CEO 메시지’에서도 노 사장은 “협력사와의 관계는 지시와 강요에 의한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돕고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라며 “잘못된 갑을 문화를 스스로 고쳐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MD들이 협력업체 사람을 만날 때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가는 ‘5분 먼저 캠페인’이나 인성 교육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것도 노 사장이 강조하는 ‘을의 경영’의 일환이다.

이날 참석한 이범한 채소곡물팀 MD는 “강연을 들으니 ‘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안부도 묻는 등 사소한 것부터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갑을 교육 특강을 정기적으로 할 예정이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성과 못지않게 직원들의 인성 교육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화두로 꼽히고 있다”며 “협력업체와 상생 및 동반성장에도 필요한 만큼 인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롯데마트#갑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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