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아동 야동’ 내려받았다가… 10대들 ‘덜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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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음란물 집중단속 한달

#1. 중학교 3학년 박모 양(15)은 지난달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남자 청소년 간의 연애를 다룬 이른바 ‘BL’(Boy Love의 약자) 애니메이션을 여러 편 내려받았다. 그런데 며칠 전 집으로 경찰의 출석 요청서가 날아왔다. 박 양이 본 BL물에는 남자 청소년끼리의 성관계 장면이 담겨 있었다. 박 양은 “부모님을 실망시켜 죽고 싶은 마음이다. 벌금이 수백만 원이라던데 그것도 걱정”이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

#2. 고등학교 1학년 민모 군(16)은 지난달 아버지 명의로 가입한 웹하드에서 음란 만화를 내려받았다. 만화를 보다 보니 교복 입은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나왔다. 민 군은 찜찜한 마음에 만화를 지웠다. 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에 해당해 장래 희망인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데 지장이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아동음란물에 대한 경찰의 집중단속이 시작되면서 불안해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 이래 아동음란물 관련 범죄로 471명(아동음란물 배포 및 전시 326명, 영리목적 판매 및 대여 98명, 소지 39명, 제작 8명)이 입건됐다. 이 중 제작과 판매에 나섰던 6명이 구속됐다. 아청법에 저촉되는 음란물을 보관하고 있다 적발된 14세 이상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4세 미만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

14세 이상 미성년자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부모 등 성인 보호자와 함께 경찰에 출석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경찰 조사를 받은 기록이 남을 경우 장래 대학입시나 진로에 지장을 줄까봐 노심초사한다.

네이버의 ‘네티즌 대책토론 카페’에는 단속 시작 이후 아청법 위반 여부를 상담하거나 경찰 출석 후기를 적은 글 500여 개가 올라왔다. 이 중 자신을 미성년자나 학생이라고 밝힌 글은 200여 개. 대부분 성인용 음란물인 줄 알고, 또는 호기심에 아동음란물을 내려받았는데 처벌되는지를 묻는 글들로 “경찰아저씨 전화를 받고 밥도 못 먹고 있다” “부모님 생각에 머릿속이 하얗다”며 절박한 심경을 털어놓고 있다.

원칙적으론 아동음란물을 1개라도 갖고 있으면 아청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경찰은 아동음란물을 단순 소지하는 등 죄질이 경미한 초범 미성년자는 가급적 입건하지 않고 계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정식 입건이 아니더라도 혐의가 확인되면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출석 요구서를 발송한다.

공무원이나 방송국 성우, 국제심판 등이 꿈인데 아청법 위반으로 단속되면 해당 분야 취업에 제한을 받는지 걱정하는 글들도 제법 눈에 띈다. 아청법에 따르면 아동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전시·판매하다 처벌받으면 초중고교 교사, 유치원 교사 등 아동·청소년 교육기관에 10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아동음란물을 단순히 소지했다가 적발돼 처벌된 경우는 법적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전과 기록은 남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취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미성년자는 ‘경찰 조사 시 행동지침’을 공유하기도 한다. 여기엔 △조사를 받을 경찰서가 멀다면 가까운 경찰서로 이관 요청 △애절한 반성문 써가기 등 저마다의 경험과 귀동냥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나름의 조언이 담겨 있다.

경찰은 4대악 척결 방안 중 하나로 성폭행을 막기 위한 인터넷 음란물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고상협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경위는 “아동음란물은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왜곡하고 아동 대상 성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청소년이라도 고의성을 갖고 상습적으로 인터넷에서 아동음란물을 내려받거나 유포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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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아청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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