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코로나 진단키트 美 FDA 사전승인”…업계는 “금시초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9일 2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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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인근 물류창고에 UAE로 수출 예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가 보관돼 있다. (외교부 제공) 2020.3.17/뉴스1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인근 물류창고에 UAE로 수출 예정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가 보관돼 있다. (외교부 제공) 2020.3.17/뉴스1
외교부가 국내업체 3곳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가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그러나 의약업계는 29일 “외교부가 발표한 ‘사전승인’ 개념은 금시초문”이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홍보차원에서 FDA의 승인을 위한 절차상 진전단계를 다소 부풀려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27일(현지시간)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미 FDA 긴급사용승인(EUA)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다”며 “해당 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FDA 사전 승인이 이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진 것은, 24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우리 국산 진단키트의 지원의사를 표명하면서 FDA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승인되도록 관심을 가지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조치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교부 발표 하루 뒤인 29일 일부 진단키트 생산업체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사전승인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이미 미국의 실험실 표준인증인 ‘클리아(CLIA)’를 받아 수출 중인데 이제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발표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 업체들은 “EUA를 신청했지만 아직 미국으로부터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EUA 사전승인을 받았다는 발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보였다.

현재 FDA 공식 홈페이지 ‘코로나19 진단키트 EUA 허가리스트’에 국내 업체가 없는 상태다. FDA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EUA는 잠재적인 비상사태가 예상되거나 화학적·생물학적 방사선 또는 핵 물질 관련 실제 비상사태 또는 전염병 위기 기간 승인되지 않은 의료 대응책(medical countermeasures)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조치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미승인 진단키트 등 의료기기들이 즉각 사용될 수 있도록 FDA가 내리는 조치인 셈이다

FDA는 EUA의 일환으로 이 같은 의료기기 개발자들과 협력해 ‘pre-EUA’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적용 가능한 긴급 상황 선언이 있을 경우 이 pre-EUA만 EUA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필요한 기준을 충족하고 pre-EUA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수일 내에 EUA를 획득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외교부가 28일 밝힌 ‘사전 승인’은 바로 이 pre-EUA를 지칭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공문은 ‘EUA로 가기 위한 절차상 pre-EUA 번호가 부여됐으며, 이를 통해 미 연방정부에 해당 업체 3곳이 제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단키트 생산업체들은 ‘사전승인’이라는 표현을 외교부가 임의로 붙이면서 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시장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발표 역시 일부 국내 업체가 이미 미국 등에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 업체 씨젠은 FDA 허가는 받지 못했지만, CLIA 인증을 받은 연구소를 통해 미국에 수출 중이다.

다만 국내 업체들에 대한 미국의 pre-EUA 번호를 받는 업체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미 자체적으로 FDA에 EUA를 신청한 업체들과 미국 수출을 희망하는 진단키트 업체 등을 모아 미국에 전달하며 이들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pre-EUA 번호 발급 국내 업체가 현재 3곳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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