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인 일부, 동선 숨기고 허위 진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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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방역작업 차질
대구 사는 신도, 서울서 확진 판정… 방문지역 숨겨 CCTV로 더 찾아내

정부가 신천지예수교 신도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일부 신도들이 비협조적이거나 거짓 진술을 해 감염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따르면 20일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는 자신의 동선을 속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A 씨는 신용카드 발급 영업 담당자로 대구에 거주하는 신천지 신도다. 그는 21일 서울시가 진행한 역학조사에서 서대문구 가좌보건지소와 북가좌1동 주민센터만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서대문구는 A 씨의 진술에 미심쩍은 대목이 있어 인근 주민센터의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A 씨는 북가좌2동과 남가좌2동, 홍은2동 주민센터 등도 방문한 사실이 추가 확인됐다. 구 관계자는 “A 씨의 거짓 진술로 동선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바람에 방역 활동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A 씨가 왜 자신의 동선을 숨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기 용인시 확진자도 대구 방문과 신천지 신도임을 부인하다가 들통 났다. 용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B 씨는 질병관리본부가 확보한 신천지 대구교회 명단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보건당국에 대구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B 씨의 거주지 인근 CCTV와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록을 분석한 결과 그는 16일 대구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신천지가 제공한 명단도 실제와 차이가 컸다. 신천지는 경기도에 관련 시설이 모두 239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일이 대조해봤더니 111곳만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도 마찬가지였다. 신천지는 모두 38곳의 시설이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70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시는 지역 내 4800여 명의 신천지 교인 명단을 요구했으나 신천지 울산교회는 협조를 거절하고 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대구의 신천지 신도들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대구시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자가 격리하고 있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9000여 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명씩 매일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와 몸 상태를 체크하고 차례로 검사를 진행한다. 대구 역시 초기엔 크게 애를 먹었다. 신천지가 제출한 신도 정보가 실제와 달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천지는 25일 공식 홈페이지에 긴급 팝업 창을 띄워 “코로나19와 관련해 신천지 신도의 신상 유출로 인권 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신천지는 또 “피해를 당한 신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질본에 항의하고 경찰서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하라”며 “모든 피해 사례를 수집해 강력히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박창규·이소정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신천지 교회#감염 경로#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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