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에볼라를 이겨냈던 3가지 비법[오늘과 내일/이승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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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행정가에게 조율 권한 위임하고 언론 탓 대신 피해자 찾아가 보듬어야

이승헌 정치부장
이승헌 정치부장
어느 정권이나 재난이나 재앙이 한 번씩은 닥친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로,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정권 2년차에 맞았다. 종류는 다르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정권의 운명은 천양지차였다.

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트럼프 전임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2014∼2015년에 에볼라바이러스 사태를 겪었다. ‘피어볼라(fear+bola)’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지율도 곤두박질쳐서 그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줬다. 사태 초기 우왕좌왕하던 오바마는 하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에볼라를 극복했고 지지율 60%로 퇴임했다.

에볼라와 우리가 겪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발병 원인과 처방도 다르다. 하지만 국가적 비상사태에 국정 최고 책임자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오바마의 에볼라 대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게 적지 않다. 크게 3가지다.

첫째, 정치 경험이 풍부한 프로 행정가에게 파격적으로 대처 권한을 위임했다. 오바마는 에볼라 사태가 터진 지 20여 일 만에 ‘에볼라 차르(총괄조정관)’로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론 클레인을 지명해 대처권을 줬다 ‘레볼루션’이라는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하던 그에 대해 워싱턴에선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에볼라에 대처하느냐”며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오바마는 정무적 감각을 갖춘 행정 전문가를 선택했다. 줄리 피셔 조지워싱턴대 공공보건학과 교수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무부 등 관련 기관을 조율해 시너지를 낼 정치력이 필요하지 의학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법무부, 외교부 등 많은 부서가 매달려 있지만 누구 한 명이 책임지고 코로나19 사태 전체를 지휘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전세기 파견은 외교부, 중국인 입국 통제는 법무부, 방역은 복지부 등으로 찢어져 있어서 행정력의 시너지가 안 나는 상황.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 대부분인 만큼 우리도 ‘코로나 전권대사’ 같은 TF 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 언론을 통한 유기적인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이 주효했다. 오바마는 에볼라 사태 당시 거의 매주 라디오와 유튜브,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CNN, 뉴욕타임스 등 오바마에 우호적인 매체도 정부의 거북이 대응을 질타하며 오바마를 닦달하다시피 했던 때다. 오바마는 2017년 1월 퇴임 기자회견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언론이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 ‘왜 아직까지 퇴치하지 못하느냐’고 질문할 때마다 나는 백악관 참모들에게 ‘다음 기자회견 전에 (저런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사태를 해결하라’고 독려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포와 불안이 부풀려졌다”고 한 것과는 달리 사태 극복을 위한 동력으로 언론을 통한 대국민 소통을 활용했다.

셋째, 과감하게 피해자에게 다가섰다. 오바마의 에볼라 극복 과정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2014년 10월 24일 백악관에서 펼쳐졌다.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에볼라에 감염된 니나 팜이라는 베트남계 여성 간호사가 완치되자 그를 백악관 오벌오피스로 초대해 두 팔 벌려 포옹한 것.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에볼라를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지금은 재난이지만 대통령과 정부의 비상사태 대응 능력을 점검하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처럼 말고 제대로 고쳐서 대응한다면 말이다.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
#코로나19#국가적 비상사태#에볼라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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