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기소, 윤석열 결단 있었다…‘靑선거 개입 의혹’ 수사도 전면 나설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3일 18시 21분


코멘트
최강욱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배경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단이 있었다.

윤 총장의 측근들을 대거 좌천시킨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새롭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에 대한 판단을 열흘 동안 보류하고, 청와대가 반발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22일 이 지검장과 첫 주례 회동을 가진 이후 3차례나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를 지시해 중간간부 인사 당일인 23일 기소를 강행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청와대의 2018년 6·13 지방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에서도 윤 총장이 전면에 나서 수사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윤 총장, 22일 첫 주례회동 이후 3차례 기소 지시

지난달 31일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엔 조 전 장관 아들이 최 비서관이 청와대 근무 직전 근무했던 로펌에서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고려대와 연세대 등의 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는 수사 결과가 적시돼 있었다.

당시엔 검찰의 출석 요구를 세차례나 거부한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는 당연시됐다. 하지만 8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 검사장과 대검찰청의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 등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검찰 수뇌부로 발령받았기 때문이다. 심 검사장은 조 전 장관을 유재수 전 부산시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하는데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조 전 장관 비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의 송경호 2차장검사와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는 이 검사장이 부임한 13일 직후에 있었던 업무보고를 통해 “윤 총장 및 배성범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법무연수원장)과 협의한 내용”이라며 최 비서관 기소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검사장이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열흘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갈등은 22일에 증폭됐다. 이날 오후 4시경 윤 총장은 집무실에서 이 검사장의 부임 뒤 받은 첫 주례회동을 갖고 최 비서곤의 기소 문제를 논의했다. 이 검사장이 윤 총장에게 “최 비서관을 불러서 조사한 뒤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총장은 “즉시 기소”를 지시했다.

이 지검장은 오후 6시부터 송 차장검사와 고 부장검사를 불러 보고를 받았다. 이때 미리 써둔 공소장과 증거목록을 제시하며 다시 한번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1시간 넘게 설득했다. 하지만 이 검사장은 수사팀에게 “자료를 놓고 가라”고 한 뒤 기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오후 10시 20분경 퇴근했다. 수사팀은 기소 관련 서류를 내부결재시스템에 올리면서 이 지검장의 결단을 요구했다.

청와대도 이날 공방에 뛰어들었다. 청와대는 “전형적인 조작수사이고 비열한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 윤 총장의 재차 지시에 기소…이 지검장 불쾌감 표시

하지만 송 차장검사는 자신과 고 부장검사에 대한 좌천성 중간간부 인사가 발표되기 약 한 시간 전인 23일 오전 9시경 차장검사 전결로 송 비서관을 기소했다. 이 검사장은 결국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윤 총장이 재차 송 비서관의 기소를 지시했기 때문에 윤 총장의 뜻을 거스러지는 않았다. 이 검사장은 기소 이후 불쾌한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검사장의 결제 없이 차장 전결로만 기소가 된 것에 대해 위법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위임결재규정’에 따라 차장검사 전결로 기소가 이뤄져 절차상 문제는 없다”면서 “조 전 장관 기소 당시에도 차장전결로 기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기소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피의자로 전환된 시점을 놓고 이틀 연속 검찰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비서관이 피의자로 전환된 시점이 언제인지 밝혀달라고 전날 요구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검찰의 3차례 조사 통보에 불응하고 한 차례 서면 조사만 받았는데, 검찰 인사를 앞둔 시기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통보를 해 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최 비서관은 공직자의 인사 검증 역할을 한다.

검찰 안팎에선 최 비서관 기소가 윤 총장의 결단으로 이뤄진 만큼 중간 간부까지 바뀌는 다음달 3일 이후 청와대와 범여권 인사를 상대로 한 현재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신동진 기자shi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