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장 밑에 약졸 없다…뜨겁게 도전했던 김학범호의 당당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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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23일 0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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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U-23 대표팀 이동경(오른쪽 두 번째)이 2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호주와의 4강전에서 추가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대한민국 U-23 대표팀 이동경(오른쪽 두 번째)이 2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호주와의 4강전에서 추가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호주와의 준결승은 설렐 경기였다. 이번 경기만 이기면 결승에 오를 수 있고 동시에 다가오는 여름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의 초대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대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으면서 선배들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올림픽 연속 출전 기록을 9회로 연장시킬 수 있었다. 이기면 얻는 것이 많을 경기였다.

동시에 떨릴 경기였다. 패한다고 해서 도쿄행이 바로 무산되는 것은 아니나 ‘져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결승전에서 ‘벼랑 끝 승부’가 되는 3/4위전으로 코스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자칫 올림픽 연속 진출의 흐름이 ‘우리 세대’에서 끊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었다. 패한다면, 잃는 게 너무 컸던 무대다.

23세 이하의 선수들, 아직은 젊은 선수들이 이 정도 무게를 견뎌낼지가 의문이었다. 발이 얼어붙어 우리 것을 제대로 쏟아낼 수 있을 것인지가 걱정됐다. 하지만 용장 밑에 약졸 없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이 2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준결승에서 2-0으로 승리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최소 2위를 보장받으면서 3위까지 주어지는 도쿄행 티켓을 확보,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경기 초반 팽팽한 분위기를 지난 후부터 한국이 조금씩 우세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필요할 때는 차근차근 빌드업 과정을 거쳤고 상황에 따라서는 빠르고 거칠게 전환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은 좋았다. 호주의 압박도 강해 패스가 빠르게 진행됐어야했는데 그 스피드 속에서도 점유율을 유지해 나갔다. 투쟁심도 좋았다.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는 완전히 한국의 페이스였다. 원톱 오세훈이 공중과 포스트에서 경쟁력을 발휘했고 그 아래에서 발 빠른 김대원-정상원-엄원상이 호주 수비를 괴롭혔다. 전반 24분 빠른 패스 전개 후 박스 안에서 오세훈이 시도한 왼발 터닝슈팅은 골대의 방해만 없었다면 ‘원더골’이 될 수 있을 장면이었다. 골에 근접한 장면들이 여럿이었다.

유일한 아쉬움은 ‘마지막 단계’에서의 부정확함이었다. 상대 위험지역까지 진출하는 것까지는 성공 확률이 높았으나 이후 크로스나 슈팅이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날카롭게 올라갔다가 허탈한 표정으로 끝난 공격이 많았던 이유다.

전반전 동안 한국은 7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호주는 하나에 불과했다. 이 우세한 경기 내용이 한국을 결승으로 이끄는 조건이 될 수는 없었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위축될 수 있었다. 무더위에 지쳐 가면 집중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학범 감독의 선택 역시 빠른 시간에 승부를 내야한다는 쪽이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김 감독은 다소 부진하던 엄원상을 빼고 이동준을 투입했다. 그리고 후반 1분 김대원의 중거리 슈팅, 후반 2분 이동준의 사각에서의 슈팅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후반 6분 프리킥 상황에서는 정태욱의 헤딩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경기는 계속 잘 풀었다.

대한민국 U-23 대표팀 김대원이 2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호주와의 4강전에서 선취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대한민국 U-23 대표팀 김대원이 2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호주와의 4강전에서 선취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0.1.22/뉴스1 © News1


후반 초반이 워낙 뜨거웠기에 이 흐름은 반드시 살려야했다. 그러던 후반 11분 그야말로 천금 같은 득점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유현이 대각선으로 때린 슈팅이 반대편 포스트를 때리고 나왔다. 또 불운에 고개 숙일 수 있던 장면이지만 이번에는 튀어나온 공을 김대원이 침착하게 밀어 넣으면서 그토록 고대하던 선제골을 뽑아냈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슈팅을 시도했던 김대원이 마침표의 주인공이었다. 오른발 킥이 묵직한 김대원은 이날 공간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거리에 아랑곳없이 슈팅을 시도했다. 김대원을 비롯해 오세훈, 정승원 등 한국의 공격수들은 대체로 과감했다. 감독부터 용감했다.

김학범 감독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9분 정승원을 빼고 이동경을 투입했다. 수비 쪽 보강이 아니었다. 다소 지친 공격수를 빼고 에너지 가득한 공격수를 넣었다. 그 선택이 기막힌 한 수가 됐다.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종료직전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렸던 이동경은 후반 31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의 주인공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2-0 이후에도 한국은 계속해서 두드렸고 틈만 나면 슈팅을 시도했다. 각종 대표팀을 통틀어 근래 가장 도전적이던 경기 내용이었다. “체력적으로는 호주보다 우리가 우위”라며 장기전까지 염두에 둔 것처럼 보였던 김학범 감독은 가장 도전적으로 호주전을 처리했다. 용감한 선택과 함께 당당한 승리를 거둔 대표팀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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