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우한 폐렴’ 방역망 뚫렸다…금융시장까지 공포감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2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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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중국 ‘우한 폐렴’ 확진 판정자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전 대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대구에 도착한 탑승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국내에서 중국 ‘우한 폐렴’ 확진 판정자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전 대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대구에 도착한 탑승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미국에서 처음으로 ‘우한(武漢) 폐렴’ 환자가 확진됐다. 미 보건 당국은 우한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격상하고 검역 대상 국제공항을 5곳으로 확대하는 등 ‘우한 폐렴’ 방역망을 강화하고 있다.

● 우한 다녀온 뒤 나흘 만에 발병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중국 우한을 방문한 워싱턴주 시애틀 북쪽 스노호미시 카운티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우한 폐렴)에 감염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남성은 17일 미국 국제공항의 ’우한 폐렴‘ 검역이 강화되기 전인 15일 우한에서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그는 귀국 당시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나흘 후인 19일 몸에 이상을 느껴 스노호미시 카운티의 한 병원을 찾았다. 해당 병원 의사는 그가 우한에 다녀온 것을 확인하고 환자 시료를 CDC 애틀랜타 지부에 보냈고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현재 워싱턴주 에버렛의 프로비던스 메디컬센터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가벼운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환자는 의사들에게 우한에서 동물 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고 아픈 사람과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보건 당국은 이 남성이 탑승한 비행기 승객 중 감염 가능성이 있는 승객들을 확인하고 증상이 나타나는지 추적 관찰을 하고 있다.

● ’우한 폐렴 검역‘ 미국 내 국제공항 5곳으로 확대

미 보건 당국은 ’우한 폐렴‘ 방역망이 뚫리자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CDC는 이날 ’우한 폐렴‘ 검역 공항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과 로스앤젤레스 및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이어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등 모두 5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미 보건당국은 또 우한에서 오는 승객이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검역을 강화한 5곳의 공항 중 한 곳을 거치도록 새 항공권을 발급하는 대책도 내놨다.

미국 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의심 환자‘도 늘고 있다. CNBC는 이날 중국 상하이를 출발한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행 유나이티드 항공기 승객 2명이 ’우한 폐렴‘ 증상을 보여 미 당국의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승객들은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귀가했다.

CDC는 이날 웹사이트에서 우한에 대한 여행안내(3단계)를 ’레벨 1‘에서 강화된 예방조치를 이행할 것을 권고하는 ’레벨 2‘로 격상했다. 최고 단계인 레벨 3로 격상될 경우 보건당국은 ’꼭 필요하지 않은 여행은 자제하라‘는 권고를 하게 된다. CDC는 이날 우한 폐렴에 대응하는 ’응급대응시스템‘도 가동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공중 보건에 대한 위협 감시, 대비, 대응을 일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 “사람간 전염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CDC 관리들은 ’우한 폐렴‘이 미국 대중에게 전파될 위험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고 다른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 세트론 CDC 세계 이주 및 검역 담당 소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홍역이나 독감과 같은 유형에 근접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보건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동물로부터 어떻게 전염되고, 사람끼리 얼마나 쉽게 전염되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윌리엄 섀프너 벤더빌트대 의료센터 예방의학 및 감염병 담당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발생 장소가 살아 있는 동물이 거래되는 시장일 가능성이 있으나 어떤 동물에서 전염이 됐는지 모른다”며 “사람끼리 얼마나 자주 전염되는지, 가벼운 감염도 사람끼리 전염될 수 있는지 등이 모두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병원들도 의심 환자에 대한 보고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내쉬빌의 벤더빌트대 의료센터는 20일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 진료소에 오는 환자들이 최근 중국에 다녀왔는지, 최근 중국에 다녀온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는지 질문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미국 내 다른 병원들도 감염 환자를 신속하게 확인하고 격리 치료를 하고 시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비슷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 우한 폐렴 공포, 금융시장으로 전염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감은 금융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타던 뉴욕 증시는 이날 미국의 ’우한 폐렴‘ 환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뒤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우한 폐렴 확진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2%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52.06포인트(0.52%) 내린 2만9196.04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27%, 0.19% 밀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2002년 중국에서 발생해 2003년 세계로 확산되며 약 8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스 사태‘로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경제가 타격을 받았던 것과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BC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여행과 무역에 타격을 주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공포가 아시아 주식시장에 타격을 주고 구리와 원유 가격을 떨어뜨리고 투자자들이 미국과 독일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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